노무현 대통령 탄핵정국의 포인트를 6가지로 정리해 분석해보았다.① 조순형, 왜 마구 밀어붙였나
탄핵 정국 내내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주변의 회의적 시각, 당내 소장파의 반대, 여권의 저지 등 여러 문제점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렸다. "왜 저리 세게 나가나"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았다. 정치권에선 "한 자리 수로 정당지지도 3위인 민주당의 입지를 도모하고,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당 안팎의 회의적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해 던진 승부수"라고 보고 있다.
또 자신도 대선 승리 공신임에도 노 대통령이 민주당을 '반개혁집단'으로 몰아세우며 깎아 내린 데 대한 개인적인 서운함도 적잖이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② 한나라당의 능수능란한 변신
탄핵 정국의 시작과 끝을 보면 한나라당의 태도에는 큰 차이가 있다. 탄핵안 발의 전만 해도 한나라당은 민주당에 끌려가는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할 정도로 망설였다. 그러나 일단 발의가 되고 나자 한나라당의 태도와 분위기는 돌변했다.
최병렬 대표와 홍사덕 대표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소속 의원들을 채근했고 결과적으로 의원들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차떼기 정당'의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한 여론의 역풍을 우려, 발의의 악역은 민주당에 맡긴 뒤 상황이 무르익자 과실을 챙기는 전략을 구사했다는 평이다.
③ 불발된 막후 대화
탄핵 정국에서도 막후 대화의 시도는 있었다. 박관용 국회의장은 10일 청와대에 노 대통령과 4당 대표 회담을 제의했으나 거부당했다.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탈진해 있어서 회담이 어렵다"고 답했다고 한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도 10일과 11일 노 대통령과 4당 대표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뛰어 다녔지만 허사였다.
④ 방심했다 당한 여당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9일 대통령 탄핵안을 전격 발의하자 우리당 의원들은 하나같이 허를 찔렸다는 반응들이었다. 실제로 야당 지도부가 탄핵을 본격 거론했을 때 여당 지도부는 "야당에도 반대하는 사람이 많아서 저러다 말 것"이라는 식으로 대응했다. 대표적인 전략통인 이해찬 의원은 탄핵 발의 뒤 "내가 한나라당을 잘 몰랐던 것 같다"며 실수를 자인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음모론'적 시각이라는 전제에서, "매를 맞으면 맞을수록 총선에서는 유리하다는 생각에서 야당의 탄핵 발의를 방관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⑤ 역시 당권이 셌다
우리당의 탄핵 정국 대응 과정을 돌이켜 보면 원내 문제임에도 당권을 가진 정동영 의장의 발언권이 김근태 원내대표를 줄곧 압도했다. 정 의장은 탄핵 문제를 놓고 노 대통령과 수 차례 전화 통화를 하는 등 직거래를 했다. 정 의장이 12일 아침 "청와대에 전화해 노 대통령이 거듭 총선 공정 관리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공개한 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이병완 홍보수석을 통해 이런 의지를 밝혔다.
⑥ 대통령은 뭘 믿고 정면충돌했나
노 대통령의 11일 기자회견은 정치권의 기대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특히 탄핵 발의에 반대했던 야당 내 소장파 등은 노 대통령이 회견을 통해 자신들에게 반대의 명분을 주기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총선·재신임 연계라는 메가톤급 반격으로 야당을 격앙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도덕성에 대한 우월감이 대단한 노 대통령으로선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사과하고 물러서느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일부에선 "탄핵 정국에서 적당히 타협하기 보다는 위기감을 극도로 고조시키거나, 최악의 경우 탄핵을 당하는 게 오히려 총선 전략 면에선 더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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