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부틀 지음·김지연 옮김 21세기북스 발행·2만5,000원
'대박'을 꿈꾸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복권은 확률이 너무 낮다. 주식은 어떤가. 한번 해볼 만하지 않은가.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거의가 손해를 봤다고 투덜거린다. 자신이 산 주식이 크게 뛰어 친구들과 기분 좋게 한 잔을 한 다음날 주가가 급락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손 안에 있었던 거액이 순식간에 날라갔다. 게다가 술 값으로 주머니 돈만 털렸다. "내가 환상을 보았나?"
영국의 경제학자로 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는 저자는 1990년대 말 선진국 주식시장의 거품을 보고 이 책을 썼다. 증시의 과열로 사람들의 부(富)에 대한 가치관이 타락하면서, 주식시장을 부의 원천으로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데에 대한 우려에서다. 세계적으로 경제적 위기의 핵심은 진정한 부와 허상의 부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이며, 이러한 불일치는 희망과 탐욕, 환상이 서로 작용해 만들어내는 인간 감정에서 생겨난다는 것이 저자의 출발점이다.
그래서 지난 몇 년간 증시활황 등을 겪으며 허황된 부에 현혹돼 사기를 당했다고 느끼거나 의기소침해져 큰 혼란에 빠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 1920년대 말 대공황 상황과 비슷했는데 왜 또 당했느냐는 질책이기도 하다. 주식시장이 하는 일은 미래에 혜택을 지금 보여주고, 타인의 희생을 바탕으로 몇몇 개인들이 돈을 벌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전부라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증시과열에서 촉발된 부에 대한 환상은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 부동산 시장 투기, 인터넷 상거래를 통한 부의 양산,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배상과 기업의 각종 회계 부정 등이 대표적이다. 자신이 노력한 정도에 비해 힘들이지 않고 훨씬 더 부풀려진 부를 얻고 있다. 돈을 많이 벌려고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 주가 거품에 이어 두 번째 거품인 채권시장 열풍이 불고 있고, 더 심각하게는 부동산 거품이라고 불리는 자산 거품이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집 값이 올랐다고 해서 사회가 부유해지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디플레이션이 심각한 위협으로 본격 대두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 뿐만 아니라 선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책 제목을 'Money for Nothing' 이라고 붙였다. '진정한 부'는 과연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사회가 풍요로워지는 유일한 방법은 생산성 향상이며, 이는 지식축적과 기술발전의 가속화로 인한 무형재의 혁명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같은 비용을 들여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확체증법칙의 실현과 이를 확대하는 자유무역의 확산 등을 꾀할 수 있다.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이익을 보는 좋은 의미의 세계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정치적 지도력이다. 진정한 부에 대한 믿음과 제도 등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결국 정치적 역량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날로 심화하고 있는 강대국 이기주의에 비추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빠져있거나, 한탕을 노리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돌아볼 때 도움이 된다.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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