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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자의 책 이야기/드라마가 일으킨 "그람시 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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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자의 책 이야기/드라마가 일으킨 "그람시 특수"

입력
2004.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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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람시가 뭐예요?" TV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하지원과 소지섭이 이탈리아 공산주의 사상가 그람시(사진)의 책을 입에 올린 뒤 출판계에 그람시 특수(特需)가 일고 있다. 개정판 출간 이후 4년 넘도록 하루 평균 5권도 안 팔리던 '그람시의 옥중수고'(거름 발행)는 이 드라마에 소품으로 쓰인 이후,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매출이 최고 6배까지 올랐다. 최근에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순위권에도 진입했다.그람시 사상을 문화연구와 인류학에 적용한 신간 '그람시·문화·인류학'(길 발행)도 덩달아 나온 지 한 달 만에 초판 1,500부가 서점으로 거의 대부분 소화됐다. 21세기 자본주의 사회를 분석하는 새로운 틀을 그람시에게서 찾자는 취지의 이 책은 대중교양서라기보다 학술서에 가깝다. 출판사에서도 "이렇게 잘 나갈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릴 정도다. 몇해 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가 휴대폰 광고에 등장한 뒤 잘 팔렸고, 영화 '편지'에서 박신양이 최진실에게 읽어준 '즐거운 편지'라는 시 때문에 황동규 시집이 불티나게 나간 적이 있다. 영화나 TV 드라마 원작이 되면서 매출이 늘어난 소설도 여럿이다.

불황에 허덕이던 출판계는 지난해 말 MBC '!느낌표'의 책 코너가 끝난 뒤 시름에 잠겼다고 한다. 방송이 2년 넘게 쇼를 벌여준 덕에 좋았던 매출이 표나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출판사 매출은 좋아 봐야 예년의 절반이다. 대구와 광주에서 대형 서점 부도 소식도 들린다.

방송·영화 때문에 출판계가 일희일비하는 것을 두고 새삼 책이 영상문화에 자꾸 밀려나고 있다고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시각을 바꿔보자. 방송이나 영화의 인기가 커질수록 책 마케팅의 기회도 그만큼 늘어나는 건 아닌가? 콘텐츠면 어떻고, 소품이면 어떤가? "드라마에 나온 책을 찾는다는 건 사람들이 그만큼 책 정보에 목말라 있고, 책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는 증거"라는 말은 얼마나 근사한가.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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