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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꿈틀, 내 얼굴에 벌레가? 피부 속 진드기 모낭충, 원인과 예방

입력
2004.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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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의 자영업자 A씨. 얼굴 전체가 심하게 붉어져 피부과를 찾았다. 코와 입 주변에 여드름 모양의 곪은 상처도 있었지만 나이가 나이인 만큼 여드름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고 그저 홍조 치료를 받는다는 생각으로 병원 문을 들어선 것. 하지만 의사를 만나보니 A씨는 레이저로 치료할 수 있는 안면홍조가 아니라 피부 진드기가 문제였다. A씨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과 항균 비누로 간단히 진드기 퇴치에 나섰다.모낭에 사는 진드기

여드름처럼 생긴 뾰루지가 나면 흔히 여드름으로 생각해 화장품을 바꿔보거나 음식을 조심한다. 이렇게 해도 낫지 않으면 약국에서 연고를 사서 바른다. 하지만 그래도 변화가 없다면 피부 속의 모낭충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모낭충(데모덱스)이란 피부 속에 사는 진드기의 일종. 털이 자라는 뿌리에 해당하는 모낭 속에는 데모덱스 퍼리큘럼이 살고, 피지를 분비하는 피지선에는 데모덱스 브레비스가 있다. 크기가 300㎛밖에 되지 않아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피부과에서 현미경으로 보면 시가 모양의 진드기가 꿈틀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피지분비가 왕성한 이마ㆍ코ㆍ입 등 T존이나, 머리카락ㆍ속눈썹 등 얼굴에서 털이 있는 곳에 주로 서식한다. 얼굴 외의 피부엔 피지가 많지 않아 거의 살지 않는다.

사실 신생아를 제외하고 모낭충은 누구에게나 있다. 문제는 그 숫자. 피부표면 1㎠에 1마리 미만이라면 정상이나 1㎠에 10마리 이상이면 심각한 피부 문제를 일으킨다. 모낭충은 번식력이 왕성해 10~13일이면 알에서 성충으로 자라고, 성충은 50개의 알을 낳아 순식간에 퍼질 수 있다.

젊은 층의 탈모 원인

모낭충으로 인해 생기는 대표적인 문제가 탈모다. 탈모 하면 유전과 나이를 탓하기 쉽지만 가장 큰 원인은 모낭충이다. 탈모 환자의 94%에서 모낭충이 발견됐다는 임상 보고가 있을 정도다. 모낭 깊숙한 곳에 사는 모낭충이 모근을 갉아먹으면서 머리카락이 빠지게 된다. 피부과에서 두피 현미경검사를 해 보면 모낭충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탈모가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 여성이나, 젊은 남성에게 생기는 탈모는 모낭충으로 인한 것이기 쉽다. 모낭충이 좋아하는 환경은 피지분비가 왕성하고, 기름진 헤어용품을 즐겨 쓰는 곳. 따라서 머리가 가려우면서 기름기와 비듬이 많은 탈모 환자라면 모낭충이 일으키는 피부염만 다스려도 탈모를 치료하거나 늦출 수 있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고 피할 게 아니라 가능한 한 머리를 자주 감고 깨끗이 헹궈 두피를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다. 항균 성분이 들어있는 샴푸가 도움이 된다. 또한 헤어용품은 두피가 아닌 머리카락 끝 부위에만 바르도록 주의한다.

여드름과 빨간 코

얼굴에 모낭충이 자라면 여드름 모양의 뾰루지와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모낭충의 숫자가 늘어나면 모낭충 자체와 배설물 등으로 인해 모낭이 꽉 막히고, 염증 반응이 일어나 여드름처럼 곪게 된다. 원래 여드름은 호르몬 분비가 왕성한 사춘기에 크게 늘고 잘 곪지만, 모낭충으로 인한 뾰루지는 나이와 상관없이 몇 개 되지 않아도 잘 곪는다. 또한 코를 중심으로 이마나 입 등 얼굴 중심부에 몰려있다. 그리고 그 주변이 쉽게 벌개져 빨간 코가 되기도 한다. 가렵거나 따가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모낭충을 직접 없애는 약은 따로 없다. 단 병원에 가면 염증을 가라앉히는 먹는 약이나 바르는 연고를 처방받을 수 있다. 곪은 것은 짜주어야 한다. 모낭충을 줄이는 데에는 2~3주 정도 약을 바르거나 먹으면 된다. 또 머리와 마찬가지로 얼굴도 비누로 깨끗이 닦는 것이 필요하다. 시중에는 ‘모낭충 없애는 성분 포함’이라고 표시된 항균 성분 비누가 판매되고 있다.

스테로이드연고 조심

결국 모낭충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이처럼 피부트러블을 일으키는 것은 크게 번식했을 때다. 이를 막기 위해선 평소 비누세안과 머리감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간혹 피부가 너무 예민하거나 건조하다며 비누를 쓰지 않고 맹물로만 세안을 하는 여성들이 있는데 피부가 당기지 않는 대신, 예기치 못한 트러블이 생길 수 있다.

또 약국에서 쉽게 사는 복합연고제도 장기간 쓸 경우 모낭충으로 인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습진이나 화장품으로 인한 가벼운 트러블이 생기면 병원을 찾지 않고 약국에서 복합연고제를 사서 바르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엔 대체로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돼 있다. 스테로이드는 일시적으로 증상을 낫게 하지만 장기간 사용하면 모낭충이 늘어나거나 피부가 얇아지고 내성이 생기는 등 부작용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한가지 예방법은 화장품 선별이다. 유분이 많은 크림류의 화장품을 과용하면 모낭충이 잘 번식한다. 특히 피부가 지성인 사람은 모낭충이 번식하기 쉬우므로 피지제거에 신경을 쓰고 자신에게 맞은 화장품을 골라 써야 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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