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급적이면 앞 자리로 주십시오."복장도 단정하고, 얼굴도 선해 보이는 서른쯤 되어 보이는 한 청년이 고속버스 예매창구에서 말한다. 내일 서울 가는 표를 미리 끊으러 나온 것이다. 청년이 물러나자 이번엔 그 나이쯤 되어 보이는 한 여자가 얼른 창구로 다가가 자신도 앞 자리의 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남자가 받은 표는 9번이었고, 여자가 받은 표는 10번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서울로 올라오는 그 고속버스의 9번 자리와 10번 자리는 일흔 살이 넘은 두 남녀 노인이 앉았다. 남자 노인이야 아들이 끊어준 표를 가지고 그대로 앉았지만, 며느리가 끊어준 표를 가지고 앉은 여자 노인은 그 자리가 영 자신의 자리같지 않은 느낌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서울 작은 아들 집에 갈 때마다 큰 며느리가 늘 하루 전에 터미널에 나가 표를 끊어오는데, 그 자리가 대개 젊은 청년의 옆 자리였던 것이다.
예전에 형수가 그런 말을 했다. 어른을 모시고 사는 것은 그런 일 하나까지도 늘 신경을 쓰며 사는 것이라고. 그런데도 늘 뜻하지 않은 실수가 생겨 죄송해지기도 하는 것이라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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