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있는 수중 장비제조 벤처기업인 (주)씨스캔은 1월 러시아 국립극동기술대에서 전기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30대 초반의 러시아인 페도토브 드미트리씨를 연구인력으로 채용했다. 숙식과 출퇴근 차량을 제공하고, 월 1,400달러의 봉급을 주는 조건이다. 앞서 2002년에도 러시아 엔지니어 2명을 채용한 이 회사는 현재 러시아 전문가 3명을 수중장비를 만드는 연구에 투입하고 있다.임재남 과장은 "해저 로봇 등의 기술을 가진 전문가들이 러시아에 많다"며 "기회가 되면 우리나라에 비해 인건비가 덜 들면서도 전문 기술을 가진 러시아 기술진을 더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국 연구인력 수입 봇물
러시아 인도 베트남 등 해외 고급인력을 채용하는 중소·벤처기업들이 늘고 있다. 국내 이공계 석·박사급 고급인력이 중소·벤처기업의 취업을 기피, 국내 인력을 확보하기 힘든 데다 저렴한 인건비로 고급인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 더욱이 해외 첨단 기술까지도 전수 받을 수 있어 1석 3조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경기 용인에 있는 참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액정표시장치(LCD) 기판상의 미세한 불량을 검사, 레이저로 수리하는 핵심 장비인 레이저CVD를 자체 개발했다. 이를 개발한 주역은 한국인이 아닌 우즈베키스탄 출신인 무스타로프 파리드씨와 러시아 출신 세이쿠 블라디미르씨 등 2명이었다. 국내 인력을 구하기 위해 1년 동안 국내 대학을 다 훑었지만 결국 구하지 못해 수입해온 외국인력들이었다. 경기 일산에 있는 LCD모니터 제조 벤처기업인 (주)두솔시스템도 인도의 프로그래머를 채용, 종합정보안내 솔루션(TIPS)을 신규 개발해 특허출원을 했다.
핵심 연구인력으로 자리잡아
서울 구로동 키스컴은 빅터 우샤코브, 빅터 스니코브스키씨 등 모두 3명의 우크라이나 출신 연구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무선주파수를 이용한 전자태그(RFID)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이들이 핵심 기술인력들이다.
디지털사진 인화서비스 업체인 오케이포토도 2002년 헤드헌터를 통해 베트남 출신의 보동민씨를 채용, 디지털이미지솔루션 핵심기술 개발 작업에 참여시키고 있다.
서울 구로구 넷디바이스도 러시아 출신 안톤 제물리아노프씨와 벨로루시인 드미트리 마스코씨 등 석사출신 외국인 2명을 정규 직원으로 뽑아 원격 검침시스템 연구 개발에 투입했다.
선진국에서 최고 전문가를 아예 스카우트하는 중소기업도 적지 않다. 경기 남양주의 고센바이오텍은 지난해 연구소장으로 아예 독일인 안드레아스 베버씨를 스카우트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 프라운호퍼 국립연구소에서 7년간 일했던 그는 초임계 유체를 이용한 기술분야 전문가로 국제적 특허도 몇 개 가지고 있다. 자동차 브레이크 부품을 만드는 한국베랄도 40여년 경력자인 일본인 엔도 가즈오씨를 고용하기도 했다.
중소·벤처활약 외국인 1,000명 넘어
현재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실시하고 있는 외국연구인력 지원프로그램에 의해 중소·벤처기업이 채용한 외국 인력은 2001년 42명, 2002년 149명, 2003년 257명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친분 등 다른 경로를 통해 국내 중소·벤처기업에 들어온 외국 인력은 1,000명이 훨씬 넘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관계자는 "중소·벤처기업이 채용한 외국 연구인력의 평균 연봉은 2,000만∼2,500만원이고 이들 가운데 45% 이상이 석사 이상의 학력자"라며 "국내 인력 확보가 힘든 상황에서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국 연구인력을 채용하는 중소·벤처기업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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