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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는 노사]<10·끝>노사정 紙上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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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는 노사]<10·끝>노사정 紙上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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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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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치열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대립적 노사관계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공통된 인식이다. 한국일보는 국내실태를 점검하고 현지취재를 통해 네덜란드, 영국, 독일, 브라질, 미국 등의 세계 각국의 노사관계를 짚어보는 '함께 가는 노사'시리즈를 연재했다. 시리즈를 마감하면서 지난 8일 한국노총 김성태 사무총장, 민주노총 이석행 사무총장, 경총 김영배 부회장, 노동부 박길상 차관을 본사로 초청, 노사관계 안정을 위한 해법을 들어봤다.―대립적 노사관계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김성태:세계노동운동사를 보더라도 한국처럼 20년 가까이 전투적 노사관계가 지속된 예를 찾기 힘들다. 성장과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고 노사 균형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계가 강경투쟁을 하지 않으면 목소리가 반영이 되지 않고, 노동자의 상식적인 요구조차 기업이 소홀히 했다.

김영배: 단기간에 경제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근로자의 불만이 고조됐고, 정치적으로도 민주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의 노사관계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 정치적 변화와 노사관계 욕구분출이라는 몸살을 같이 앓으면서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이석행: 노동자를 생산의 수단으로만 간주해온 오랜 관행이 계속 노사갈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사정 합의조차 노동자의 이익은 대변되지 않은 채 정부와 기업의 이익중심으로 이행되고 있다.

박길상: 압축성장과정에 생긴 노사갈등과 대립이 정리되지 않고 계속 누적된 데 원인이 있다. 세계적인 경제경쟁이 치열하고 국내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노사관계는 여전히 불안정해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

―노조의 인사, 경영 참여 요구에 대한 논란이 있다. 노조의 교섭 한계를 어디로 보는가.

김영배: 인사경영에 관한 기업의 전문적인 권한이 근로조건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호한 영역이 노사간 논란이 되고 있다. 근로자를 탄압하기 위해 인사권을 남용하거나 자기 잘못으로 해고된 근로자가 노조탄압으로 몰아가는 경우도 있다. 노사간 신뢰가 두터워지게 된다면 상당부분 정리된다.

김성태: IMF로 고용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과거 임금투쟁위주의 노동운동방향이 크게 변했다. 노조의 경영참여요구는 고용과 직장의 안정성 한계 내에서다. 기업에 사내이사나 사장자리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이석행: 일단 해고시켜놓고 보자는 관행이 지금도 남아있다. 기업의 생산계획이나 목표 설정에 노조가 같이 참여할 때 생산성에 효과를 본 사례가 있다. 이제는 기업이 인사경영권에 대해 노조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시점이 됐다.

박길상: 투명경영과 노사신뢰만 있다면 논란이 될 부분이 아니다. 근로기준법 등을 기반으로 노사가 대화한다면 얼마든지 풀린다. 기업이나 근로자 모두 이익이 되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 일방적 의사결정과 무리한 요구는 갈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노사관계나 실업문제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성태: 정책의 일관성에 문제가 있다. DJ정권 때는 정년단축하고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망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이제는 정년을 다시 연장하는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 또 외자유치에는 적극적이면서 산업공동화는 방치, 고용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정부는 목소리가 큰 주장, 강경한 파업투쟁을 벌여야만 적극적으로 나선다.

이석행: 사실 노정합의는 쉽게 한다. 하지만 공공부문부터 원칙이 무너진다. 화물연대도 정부가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아 파업으로 치달았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정부가 비정규직 늘리는데 앞장섰다. 정부부터 합의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지킨다는 원칙을 세워달라.

박길상: IMF상황에서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고 그런 과정을 통해 극복이 됐다. 고용 없는 성장이나 인력수급의 불일치로 고용문제, 산업공동화와 중소기업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노사정이 해법을 찾아보자는 인식 하에서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까지 체결했다. 정부가 조정중재를 넘어 실상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김영배: 산업공동화로 일자리뿐만 아니라 국내자본이 중국에 투자해 만든 물건이 들어와 국내기업을 위협하는 '차이나 부메랑' 현상이 나타나 노사가 상호신뢰를 높이지 않으면 안될 마지막 상황까지 치달았다.

―합의기구로서의 노사정위원회가 제 역할을 충분히 못하고 있다. 노사정위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성태: 노사정 합의가 제대로 이행이 안돼 불신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국노총이 참여하는 것은 합의기구에 대한 필요성 때문이다. 최근의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체결은 노사정이 서로 양보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데 협력했다는 점에서 획을 그은 사건이다. 노사정위의 합의는 국민적 합의로 인식하고 철저히 이행될 때 발전할 수 있다.

박길상: 그간 노사정위를 통해 합의가 되지 않은 사항도 있고, 일부 합의안은 입법추진과정에 여의치 않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합의사항은 반드시 내실 있게 이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 민주노총도 노사정위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결단을 내려달라.

이석행: 사회협약이 대단한 성과처럼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벌써 사문화돼 가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 해놓고 비정규직을 늘려서라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이헌재 부총리의 취임일성은 뭔가. 향후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내용이라면 경총이든 정부든 함께 고민하고 대화하겠지만 그게 안 되는 상황에서는 어렵다.

김영배: 민주노총이 사회협약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협약의 해석이나 이행에 오해가 있을 수 있다. 비정규직 관련해서도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것이지 비정규직 절대 쓰지 말자는 데 합의한 것 아니다. 일자리 만들기 협약은 탄력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김성태: 노동운동이 비판 받는 부분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엄청난 임금근로조건 격차다. 향후 노동운동의 방향도 영세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근로조건 개선에 맞춰져야 한다. 사회협약도 대기업은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의 근로조건개선에 힘쓰자는 메시지다.

이석행: 기업별 노조의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대공장노조 이기주의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국가가 제도적 개선에 나서고 노조와 사용자가 함께 협력하지 않는 한 극복할 수 없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을 위한 노사연대기금 등 비정규직 문제해결에 중점을 두고 있다.

김영배: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의 절반밖에 안 된다고 하지만 근무연한, 학력수준 등을 고려할 때 임금격차는 15∼20%밖에 나지 않는다. 임금격차를 피상적으로 볼 일이 아니며 비정규직 문제가 사용자측에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도 많이 있다.

박길상: 정부는 비정규직의 사회보험혜택을 강화하고 불합리한 차별과 남용을 막기위한 법적 장치를 금년 중에 마련할 것이다. 노동계도 취약근로자를 배려하는 활동이 있어야 하고 기업도 불합리한 차별이 생산성과 노사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위한 조건이나 모델은.

이석행: 사용자측이 노조를 수단이 아닌 파트너로 받아들이면 갈등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다. 특히 노조위원장의 능력이 임금인상에 달려있고 노조간 경쟁까지 유발하는 기업별 노조교섭 체제를 청산할 필요가 있다. 산별 교섭체제로 가기 위해서는 사회적 구속력을 갖는 시스템과 사회안전망 구축, 공공성 강화라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김성태: 합리적 노동운동이 존중받고 평가받는 시대가 빨리 와야 한다. 양대노총에 조직적 통합을 해 통일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 경총이나 민주노총이 모두 합리적 지도부가 들어선 만큼 노사관계가 향후 발전적으로 나아갈 것 같다.

김영배: 산별교섭을 한 뒤 지역별, 기업별 교섭까지 하는 3중 교섭이 된 경우도 있어 근본처방이 될 지 의문이다. 합리적 노사관계 없이는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에 있는 만큼 투쟁일변도의 태도를 버리고 노사지도부가 사용자와 근로자의 무분별한 요구를 설득하는 대승적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박길상: 기업별이든 산별이든 장단점이 있다. 예컨대 국내면방업종은 그간 업종별 교섭을 해 왔다. 특수한 사정과 역사적 발전과정을 고려, 적절한 체제와 기업별 노조의 단점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결국 노사정이 서로를 인정하고 신뢰를 쌓는 것이 노사관계 안정을 위한 순서다.

/사회=남경욱차장 kwnam@hk.co.kr

정리=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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