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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클럽 & 마니아-오토바이 동호회 "S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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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클럽 & 마니아-오토바이 동호회 "STR"

입력
2004.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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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막을 두드리는 경쾌한 엔진 굉음, 노면의 굴곡을 그대로 전해주는 흔들림, 공기의 미세한 입자까지 느껴지는 강한 맞바람. 질주의 순간, 바람과 엔진 진동 소리가 어우러지면서 온 몸이 떨린다. 짜릿한 전율의 순간이다.어떤 사람들의 마음엔 '오토바이 본성'이란게 있는 모양이다. 그들은 오토바이에 올라 공기를 가르면 자신과 오토바이가 한 몸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마치 무아의 경지에 빠져든 것처럼. 그들은 또 소리친다. 오토바이 위에서 한 없이 자유롭다고.

바람의 아들, 바이크족. 봄 바람과 함께 그들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상난동과 이상폭설이 오락가락하는 날씨지만, 겨우내 숨죽였던 라이더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한다. "봄 바람아, 어서 불어라"라는 듯이, 드디어 그들이 핸들을 잡고 시동을 켰다.

"투둥, 투둥, 투우웅∼"

1일 오전 서울 퇴계로 5가. 400∼1500cc급 이상의 대형 오토바이 60여대가 일시에 내는 시동소리가 육중한 아침 공기를 갈랐다. 따스한 햇살 아래서 터져 나오는 시동소리가 봄을 호령한다.

이날 행사는 다음 카페의 오토바이 동호회 'STR'의 올 첫 투어. 다음 카페 'STR'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오토바이를 즐기는 아마추어 동호회. 2000년 결성돼 지금 회원수가 6,000여명에 이른다. STR는 'Steed Riders'의 약자로 Steed는 '군마(軍馬)'라는 뜻이다. 오토바이가 정말 군마의 늠름함을 닮은 것 같다. 아메리칸 오토바이 스타일은 바로 '할리 데이비슨'으로 대표되는 오토바이계의 중후한 신사 기종이다. 400∼1,500cc 이상의 큰 배기량과 낮고 길게 설계된 차체로 안정감을 중시한 장거리 주행용. 또 V자형 2기통 엔진에서 나오는 진동소리는 엇박자 말발굽 소리를 닮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스피디함 보다는 오토바이의 멋과 여유를 살린 것. 바로 할리 데이비슨을 미국 오토바이 문화의 대명사로 만든 그 스타일이다. 할리 데이비슨의 성공 이후 혼다, 야마하, 가와사키 등 일본의 오토바이 제조회사들도 같은 류의 제품을 내놓았다.

아메리칸 오토바이 스타일의 대표적 동호회라면 호그(H.O.G)가 있다. 하지만 호그는 할리 데이비슨만을 위한 동호회. 반면 STR는 기종을 따지지 않고 아메리칸 스타일이라면 모두 가입할 수 있다. 할리 데이비슨을 비롯해 일본 혼다의 발킬리와 새도우, 가와사키의 발칸, 야마하의 로얄스타 등 아메리칸 스타일의 대표 오토바이들이 이날 투어에 나섰다.

새 장에서 벗어난 자유.

투어는 퇴계로에서 출발, 광주시를 거쳐 용인시 양지면에 이르는 코스로 이어졌다. 학여울 역 부근에서 10여대가 가세했고, 대전에서 출발한 충청도 회원 10여명도 양지면에서 합류했다. 올해 첫 투어인 만큼 이들의 표정에선 설레임과 싱그러움이 넘쳐흘렀다.

STR 투어에 처음 참가한 여성 라이더 이현숙(45)씨는 "새장을 벗어난 기분"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오토바이를 탄 지 이제 일년 남짓. 딸 2명을 둔 중년의 가정 주부지만 직업이나 나이가 무슨 대수랴. "옛날부터 오토바이 타는 모습이 무척 부러워 보였는데, 나도 못할게 뭐 있냐 싶어 배우기 시작했죠. 정말 자유로움 그 자체를 만끽하는 기분이예요." 이씨는 엄마를 따라 오토바이를 배우고 싶다는 고등학생인 큰 딸에게도 오토바이를 사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자가 함께 오토바이에 올라 탄 모습도 정겹다. 초등학교 6학년생인 아들을 뒤에 태우고 투어에 나선 박정만(47)씨. 젊었을 때 오토바이에 빠졌다가 한동안 잊고 살았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가죽재킷을 입고, 오토바이 핸들을 잡았다. "당신 좋아하는 오토바이, 이제 맘껏 타라며 집사람이 지난해 오토바이를 사주더군요. 옛날 기분도 나고 아이와 함께 즐기니까 말할 수 없이 기분 좋죠."

절제된 자유

이들의 봄날 기지개와 때를 같이해 터져 나온 것도 있다. 바로 바이크족의 이름을 더럽히는 폭주족이다. 투어 도중 라디오에선 연신 폭주족 일제 단속 뉴스가 흘러나왔다. 폭주족도 봄바람과 함께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 하지만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폭주족과 선을 긋는다. 동호회 운영자인 장재준(35)씨는 "철 모르는 폭주족때문에 오토바이에 대한 편견이 커졌다"며 "진정한 라이더라면 법규를 준수하면서 그 속에서 자유로움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투어 역시 '절제된 자유로움'이란 말이 딱 알맞았다. 신호체계를 철저히 지키며 2열로 무리 지어 달리고, 안전 요원들이 중간 중간에서 질서를 잡았다. 길거리의 사람들은 '왠 오토바이 떼거리냐'며 여전히 삐딱한 시선을 날렸을 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가슴엔 '도로의 무법자'가 아니라 '도로의 자유인'이라는 명찰이 붙어있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인터뷰-STR 운영자 장재준씨

"오토바이를 마음 편하게 탈 수가 없어요." STR 회원들이 털어놓는 공통적인 불만이다.

실제로 한참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보면 갑자기 도로가 '자동차전용 도로'로 바뀌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돌아갈 길도 없는 상황에서 도로가 끊겨 버리는 격. 그런 길엔 또 여지없이 경찰이 오토바이를 단속한다.

우리는 OECD 국가중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진입을 금지하는 유일한 나라다. 그만큼 오토바이에 대해 인색하다. 복잡한 교통상황에서 오토바이 사고가 많은 탓이다. 그러나 이들은 "소형 오토바이는몰라도 중대형 오토바이는 엔진이 일반 승용창의 배기량에 맞먹고 차체도 안전해 사고율이 매우 낮다"며 "옥석을구분하지 않고 행정편의주의적으로 단속해 오토바이애호가들의 즐길 권리를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STR의 운영자인 장재준(사진)씨는 "고속도로 진입까지 허용해 달라는 것은 아니지만, 대책 없이 오토바이 통행을 막는 비합리적인 도로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고말했다. 회원인 황진근씨도 "주5일 근무 등으로 여가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정부가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정해 레저모임의 활성화를 보장해주길 기대한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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