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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왕별 인기 안 부럽죠"/MBC "…서프라이즈" 외국인 재연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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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왕별 인기 안 부럽죠"/MBC "…서프라이즈" 외국인 재연 배우들

입력
2004.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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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스타 물렀거라, 다국적 재연 배우 나가신다.' 어설픈 영어 대사, 서투른 몸짓이지만 외국인 재연 배우들은 14일 100회를 맞는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일요일 오전 10시 50분)를 지탱하는 힘이다. 배우가 아니라 연기력은 부족하지만 학원강사, 광고모델 등으로 일하며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기에 그들의 연기에는 '된장 맛'이 배어 있다.'옥스포드 대사전 제작 비밀' '라스베이거스 사기도박단 사건' 같은 세기의 미스터리나 엽기적인 해외토픽을 생생하게 재연할 수 있었던 건 모두 그들 덕이었다. 많은 재연 프로그램들이 '반짝 특수'를 누리다 금세 사라졌지만,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만은 평균 시청률 20%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도 이들의 공이다.

그래서 100회를 맞는 이들의 감회도 남다를 수 밖에 없다. 10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턴 호텔 뒷골목 한 갈비집에서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 출연하고 있는 외국인 재연 배우들이 모였다. 미국, 캐나다, 스웨덴, 러시아, 자메이카 등 출신도 제각각이지만 이들은 두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가지며 우의를 다지고 있다.

모임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러시아 출신의 알렉스(39). 2002년 10년 지기인 마카로프 세르게이(33)와 함께 한국에 온 그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첫 회부터 지금까지 매번 출연한 '왕고참'이다. 그런 경력 덕분에 그는 300명이 넘는 외국인 연기자들을 캐스팅 하는 일도 더불어 하고 있다. "친구들 연기하는 것 봐주느라 '서프라이즈'에서는 매번 단역 밖에 못해요. 그래도 한국전통과 문화가 좋아요. 40도짜리 독주인 보드카 보다 23도로 '순한' 소주를 좋아해서 친구들이 저를 소주맨이라 부르죠."

재미있는 건 그의 아버지가 러시아에서 우리나라로 치면 신성일과 맞먹을 정도로 유명한 배우라는 점. 아버지 에리크씨는 SBS 드라마 '백야 3.98'에 출연하기도 했다. 부자가 대를 이어 한국 방송계에서 활동하는 기록을 세운 셈이다.

알렉스가 숨은 일꾼이라면 단골 주연인 스웨덴 출신의 비욘(28)은 얼굴이 널리 알려진 '스타'다. 고국에서 인테리어 일을 하던 비욘이 한국에 오게 된 것은 태권도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2002년 한국을 찾은 그는 태권도 2단을 따는 사이 연세어학당에서 한국어를 틈틈이 배웠다. 그러던 차에 친구를 통해 전격 캐스팅 됐다. 깔끔한 외모와 정확한 영어 발음 때문에 주연은 떼놓은 당상이었다. "요즘은 길거리 지나가다 보면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요. 특히 고등학생들이 많아요." 그런 비욘이 한국 생활에서 느끼는 최대 불만은 연기학원이 없다는 사실. "연기 배우러 대학로에도 나가봤는데 글쎄 영어로 연기 지도하는 데는 한 군데도 없어요."

비욘의 이런 불만은 자메이카 출신 필립(25)에 비하면 행복한 고민이다. "전 출연을 별로 못해요. 보시다시피 흑인이라서 소화할 역할이 별로 없거든요." 하지만 알고 보면 농구선수나 갱이 출연하는 장면이 있을 경우 없어서는 안 되는 스페셜리스트. 실제 농구선수로 활동 한 경력이 있는 그는 맥도널드, 플레이스테이션2 등 다양한 CF에 얼굴을 비추고 있다. 이날 모임에는 러시아 음악 전문 방송에서 VJ를 하던 예나, 모스크바 최대 나이트클럽 매니저 출신인 세르게이 등도 자리를 지켰다. 영어학원 강사로, CF모델로 각각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지만 한결같이 "재연 배우를 하면서 한국 사람들이 좋아해줘서 기쁘다. 세계의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며 즐거워했다. 이들의 한국 사랑과 연기에 대한 열정이 있는 한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는 계속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놀라움을 줄 듯하다.

/글·사진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100회 특집… 세기의 인물들 "진실 혹은 거짓"

김용만·김원희가 MC를 맡고 있는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는 2002년 재연 프로그램 붐을 맞아 탄생했다.

외국인 재연 배우들을 등장시키고, 방송된 내용의 진위를 시청자가 알아 맞힐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차별화 된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어왔다. 역사 속 미스터리를 소개하는 메인 코너와 세 개의 이야기 중 하나의 거짓을 출연 패널들이 가려내는 '진실 혹은 거짓' 코너로 꾸며진다.

하지만 사후세계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선정적 화면들을 내보냈다는 이유로 한국 여성민우회가 선정한 '2002 나쁜 프로그램'으로 뽑히기도 했다.

100회를 맞는 14일에는 특집으로 역사 속 유명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공개한다. 영화배우 존 웨인의 죽음 뒤에 숨겨진 음모, 조선시대 비운의 왕비 인현왕후의 숨겨진 비밀, 세기의 악녀로 알려진 미녀 스파이 마타하리의 진실, 진돗개 득구 이야기를 소개하고 그 중 거짓을 가린다.

/김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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