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우지 경제.' 식도가 묶여 고기를 잡아도 먹지 못하고 어부에게 고스란히 고기를 바쳐야 하는 가마우지의 처지를 빗대 원천기술과 부품·소재 등에서 일본에 종속돼 있는 국내 산업의 현실을 꼬집을 때 하는 말이다. 일본산 부품 의존도가 높아 대표적인 '가마우지 산업' 분야로 꼽혔던 한국 전자업계의 대일종속 탈피에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해부터 부품 국산화 비율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한국전자산업진흥회는 11일 국내 전자업체 7개사를 대상으로 올해 전자부품 조달계획을 조사한 결과 국산부품 채용률(금액 기준)이 62.4%에 이른다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2.7% 정도 올라간 수치.
주목할 것은 전자제품 가운데 생산 비중이 가장 큰 휴대폰의 국산화율이 2002년 38.2%에 불과했다가 지난해 55%로 치솟은 데 이어 올해 다시 58.6%로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또 지난해 42.6%에 머물렀던 오디오의 국산화율이 처음으로 50%선을 넘어서며 65.6%로 치솟은 것을 비롯해 캠코더가 61%에서 80.8%로, LCD 및 CRT 모니터가 75.4%에서 82.7%로 각각 올라갔다.
이처럼 부품 국산화율이 올라가고 있는 것은 삼성전기, 삼성SDI 등을 중심으로 핵심부품 개발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다 완제품 업체도 국내 부품업체에 대한 지원에 나서는 등 부품 국산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휴대폰의 국산화율이 2년 만에 치솟은 것은 국내 부품 업체들이 리튬이온 전지 등 2차전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칩 부품, 액정표시장치(LCD), 유기EL 등 핵심부품을 적극 개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삼성전자가 사출·프레스·금형·전기·기구 등 집중 육성이 필요한 협력회사에 올해부터 5년간 8,750억원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완제품 업체들도 국내 부품업체 육성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일본에 편중됐던 부품 수입선을 다변화하기 위해 9일부터 이틀간 싱가포르에서 '2004 동남아 부품구매전'을 열고 243개 부품에 대해 싱가포르 등 동남아 기업 370개사를 대상으로 프리젠테이션 및 상담을 가졌다.
LG경제연구원 조준일 연구원은 "부품산업은 국내 전자산업 총생산 가운데 42%의 비중을 차지하는 하부구조 "라며 "기술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핵심부품 국산화 비중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