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비애가 서린 임진강이 어느 결에 서울 북부의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로 자리잡았다. 그만큼 시대가 바뀌었다는 증거다. 북한 땅에서 흘러내려오는 임진강은 남한 땅을 지나 마지막에는 강 자체가 비무장지대(DMZ)가 된다. 그래서 강은 물론 임진각의 전적비나 강변에 쳐진 철책선은 분단의 대표적 상징물로 여겨져 왔다.하지만 이제 임진강에서 분단의 긴장과 위기감을 감지하기 쉽지않다. 더 없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강이다. 최근에는 뱃길이 끊긴 지 50여년만에 황포돛배를 재현한 유람선이 닻을 올렸다. 임진각이나 통일동산 등을 중심으로 각종 관광지 개발 사업도 한창이다. 강변을 따라 떠나는 나들이 속에서 평화와 통일의 봄바람을 느껴보자.
오두산 통일전망대 오전 10시
자유로를 타고 가다 성동 IC에서 빠져 나온다. 일반 차량은 통일전망대에 들어갈 수 없고 통일동산 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해야한다. 주차료는 승용차 2,000원이고 셔틀버스 요금은 무료다.
해발 140㎙의 나지막한 오두산 정상에 자리잡은 통일전망대에 서면 북한 땅이 바로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이 실감난다. 임진강 너머로 빤히 내다보이는 땅은 북한의 개풍군 관산반도. 불과 460㎙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비무장지대 중 북한과의 거리가 가장 짧은 곳이다.
통일관광 차원만이 아니라, 자연경관 면에서도 특별한 곳이다. 임진강 272.4㎞의 종착역으로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거대한 물천지를 이룬다. 다른 강 하구들이 항구나 제방으로 개발된 데 비해 한강 하구는 ‘비무장지대’로 묶여온 탓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했다. 산하의 태고적 내음마저 풍긴다. 간조 때는 거대한 모래톱이 모습을 드러낸다. 강 너머 관산반도의 얕은 봉우리들이 둘쭉날쭉 솟구친 풍경도 절묘하다.
전망대내 북한관에서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용품이나 학용품 등을 구경할 수 있고, 북한상품 매장도 마련돼 북한에서 수입한 주류와 공예품, 식품 등을 직접 구입할 수 있다. 입장료 어른 2,000원. (031)945-2390
임진각관광지 11시 30분
임진각 관광지는 민족의 아픔이 집약된 곳이다. 1972년 세워진 지상 3층 높이의 임진각에는 북한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사진과 자료 등이 전시돼 있다. 그 주변으로 임진강지구 전적비, 미군참전비 등 각종 전적비와 위령탑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특히 망배단은 매년 명절 때 실향민들이 고향 대신 찾는 곳이다.
한국전쟁 당시 전쟁포로가 귀환해왔던 ‘자유의 다리’나 끊긴 경의선 기차를 복원한 ‘철마는 달리고 싶다’ 등도 분단의 상흔과 아픔을 안고 있다. 한반도 모양을 본따 만든 통일 연못에서 무궁화 꽃등을 띄워 통일을 기원한다. 최근에는 바이킹, 미니열차 등 어린이용 놀이시설도 설치돼 통일 관광지로 본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관광지내에는 장어구이, 황복찜 등을 파는 음식점이 4군데 있다. 주자료는 승용차 2,000원. 임진각관광안내소 (031) 953-4744
임진각에서는 또 두가지 코스의 관광 버스가 출발한다. 임진강 너머 도라산역, 제3땅굴 등을 둘러보는 코스와 이번에 새로 마련된 황포돛배 승선 투어. 이번에는 황포돛배를 찾아가보자.
황포돛배 1시
황포돛배가 출항하는 파주시 적성면 두지나루까지 직접 갈 수도 있지만, 아직 이정표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찾아가기가 다소 힘들다. 대신 임진각에서 두지나루까지 관광버스가 매시간마다 운행한다. 버스요금 2,000원 포함해 황포돛배 승선료는 1만원.
황포돛배는 조선시대 황포 돛을 달고 물자와 사람을 실어나르던 나룻배. 이젠 모터 엔진으로 달리긴 하지만 길이 15m, 폭 3.69m로 옛 모습에 가깝게 복원했다. 상암 월드컵경기장의 모델이 바로 황포돛배다.
돛배에 올라 분단 이후 50여년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던 임진강을 따라 가는 기분은 남다르다. 특히 임진 8경의 하나로 60만년전 형성됐다는 임진 적벽(赤壁)이 최고 볼거리다. 높이 20m 정도로 그다지 높은 절벽은 아니지만, 길게 늘어 절벽이 불그스럼한 빛을 발한다.
배는 두지나루에서 고랑포 여울까지 40분 정도 운항한다. 임진각에서 두지나루까지는 30분 가량 걸린다. ㈜ DMZ 관광 (031) 958-2557
반구정ㆍ화석정 4시
우리 선조들에겐 임진강은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는 풍류의 강이었다. 그래서 강변에 정자가 많다. 대표적인 곳이 반구정(伴鷗亭)과 화석정(花石亭). 임진각 못 미쳐 자리잡은 반구정은 청백리 황희 정승이 관직에서 물러나 갈매기를 벗삼아 여생을 보낸 곳이다.
임진강과 정자, 소나무가 어울린 풍경에서 옛 선현의 그윽한 멋을 맛본다. 반구정은 임진강의 운치를 가장 깊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국전쟁 때 불타 없어진 정자를 후손들이 복원했다. 반구정 옆에는 황희 정승의 영정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영당이 마련돼 있다.
화석정은 율곡 이이 선생이 관직에서 물러난 후 여생을 보내며 시를 읊고 학문을 논했던 곳. 역시 한국전쟁 때 소실된 것을 후손들이 복원했다. 수백년 된 느티나무가 그 시절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다.
자유로 아쿠아랜드 5시
자유로변에 들어선 대형 욕장인 자유로 아쿠아랜드가 마지막 코스. 2000년 개장한 아쿠아랜드는 건평 3,500여평으로 1만명을 수용할 만큼 규모가 크다. 천연 온천탕은 아니지만 지하 암반수를 이용해 녹차탕, 쑥탕, 약탕, 주와주와탕 등 다양한 기능성 욕탕을 마련해 인기를 끈다. 드라이브의 여독을 씻는데 알맞다. 입장료는 어른기준 6,000원. (031) 942-9114
/파주=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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