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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이천수, 유럽스타일 파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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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이천수, 유럽스타일 파악하라

입력
2004.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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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스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컵이 잇달아 열리고있는 유럽축구계는 6월로 예정돼 있는 유로2004와 맞물려 어느 때보다 축구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폭설을 뚫고 이천수를 보기 위해 10일 레알 소시에다드와 올림피크 리옹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이 열린 프랑스 리옹을 찾았지만 이천수가 출장하지 않아 아쉬움이 컸다.

레알 소시에다드가 0―1로 패한데다 경기내용도 썩 좋지 않았다. 볼을 붙잡고 있는 시간에 비해 효과적인 공격을 하지 못했다. 레알은 전후반 90분 동안 불과 두 차례 밖에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이에 반해 리옹은 브라질 출신의 주닝요를 앞세워 세밀하고 날카로운 공격으로 경기를 주도했고 결국 8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90분 내내 벤치를 지키는 이천수에게도 눈길이 갔다. 지난해 8월 한국인 최초로 프리메라리가에 데뷔한 이천수는 이제 제 몫을 할 때가 된 것 같은데 아직 골을 신고하지 못해 안타까움이 앞섰다. 이날 레알 소시에다드는 4―1―4―1 또는 4―3―3 포매이션을 구사했다. 공격라인에 포진한 코바체비치나 카르핀이 이천수보다 크게 나은 것도 없었다.

이천수의 빅리그 첫 시즌도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천수가 빨리 적응하려면 먼저 동료들은 물론 유럽 선수들의 플레이스타일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유럽 선수들은 몸 싸움이 격렬하고 때로는 손으로 교묘하게 반칙을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어려운 장면에서도 쉽게 공을 빼앗기지 않고 패스를 원활하게 하는 등 전체가 함께 하는 플레이에 익숙해져 있다. 유럽 선수들은 공간을 확보하고 패스할 곳을 미리 찾는다. 이에 반해 우리 선수들은 공이 오면 일단 정지시킨 뒤 다음 플레이가 나오는데다 볼이 안오면 그 자리에 서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천수에게 볼이 왔을 때 상대에게 빼앗기거나 공격의 맥이 자주 끊기면 다음에는 동료들이 볼을 잘 주지 않는다.

이천수가 동료들과도 잘 지내고 최근에는 출장횟수가 늘어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이 같은 걱정이 기우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록 이날 챔피언스리그 8강 무대를 밟는 한국인 최초의 선수가 되지 못했지만 내년 이맘때 다시 찾을 때는 세계적인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천수의 모습을 보고 싶다.

/바이어(독일)=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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