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모시는 청와대 경호차량인데 그럴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경호차량의 특수성은 인정해줘야 하지 않나요."최악의 고속도로 교통대란이 벌어졌던 5일 청와대 경호차량들이 중앙분리대를 부수고 역주행해 탈출했다는 사실이 한국일보 사회면에 보도된 11일, 네티즌들의 계속된 비난속에 이런 의견들도 눈에 띄었다. 한 네티즌은 "언론이 상황에 대한 이해없이 너무 몰아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청와대 경호실 관계자는 "서울로 빨리 올라와 경호업무를 계속 수행하기 위해 취했던 부득이한 조치였다"며 양해를 구했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우선 필름을 거꾸로 돌려 보자. 대전·충청지역 고속도로는 이미 그날 오전부터 눈에 잠겨 상하행선이 모두 주차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도로공사는 오후 2시께 대전 일원의 고속도로 진입을 차단했다. 그런 상황에서 진주∼대전 고속도로를 달려온 경호차량 5대는 오후 4시30분께 무턱대고 호남고속도로에 올라탔고 곧바로 서대전IC 부근에서 멈춰섰다. 3시간동안이나 갇혔던 경호요원들은 참다 못해 경찰을 동원, 가드레일 일부를 헐어내고 역주행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되짚어보면 대통령을 모시는 경호원들이 이미 2시간30분전에 벌어진 교통상황을 전혀 모른채 고속도로에 진입한 셈이다. 대통령이 그 차에 타고 있었다면 국가원수가 별 수 없이 고속도로에 갇히거나 역주행하는 아찔한 장면이 연출될 뻔했다.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네티즌의 주장처럼 청와대 경호실은 상황판단과 대처가 특수해야 한다. 실수를 용납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번에는 결코 특수하지 못했고, 점수로 치면 낙제점이다. 잘잘못은 경호실이 '특수한 실력'을 갖춘 후에 따져도 늦지 않다. 그리고 이번 '사건'이 경호실의 진짜 수준은 아니길 빈다.
전성우 사회2부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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