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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출발! 2박2일-김제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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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출발! 2박2일-김제 기행

입력
2004.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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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널을 뛰고 있다. 올 들어 벌써 ‘기상관측 100년 사상 처음’이 두 번이나 기록됐다. ‘2월 중 영상 18도’와 ‘3월 중 최대 폭설’이 그것. 사람도 그렇지만 자연도 종잡을 수가 없다. 계절 여행은 잠시 미루고 사시사철 변함이 없는 곳으로 간다. 전북 김제시는 신성함이 그득한 산과 한반도에서 가장 너른 들판을 갖고 있는 지역이다. 우리나라에서 도작(稻作) 문화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배울 것이 많다.○ 준비

여행의 포인트는 모악산의 금산사, 만경평야와 김제평야, 그리고 들판과 이어지는 심포항의 광활한 갯벌이다. 1박은 산, 2박은 바닷가에서 잔다. 금산사 입구에는 비교적 큰 사하촌(寺下村)이 형성되어 있다. 상가 내에 동원장(063-548-4300) 모악산유스호스텔(548-4402) 모악산장(548-4411)이, 금산면에 계룡마을(543-0701) 전주장(548-4401) 등이 있다.

심포항에는 큰 숙박시설이 없다. 장급여관이 전부다. 횟집단지 내의 사보이장(544-6790) 심포장모텔(545-1662)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횟집에서 민박을 친다. 심포항의 입구인 만경읍 읍내에 여관이 여럿 있다.

○ 출발(금요일 오후 6시30분)

수도권에서 출발한다면 경부(혹은 중부)고속도로, 안성-논산간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를 연이어 이용한다. 호남고속도로 김제 나들목을 지나면 금산사 나들목이 나온다. 빠져나와 좌회전, 712번 지방도로를 조금 달리면 21번 국도를 만난다. 우회전하면 바로 금산면으로 들어가는 길이 왼쪽으로 나온다. 금산사 입구다.

정체가 없으면 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도착예정 시각은 9시30분. 금산사 입구 상가에 산채백반을 맛있게 하는 집이 많다. 광주회관(063-548-4038) 호박정(548-0861) 진미식당(548-0829) 등이 유명하다. 미리 전화로 저녁 예약을 해 놓는다. 지체가 길어지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저녁을 해결한다. 새로 오픈한 안성-논산간고속도로의 휴게소들이 정갈하고 맛도 좋다.

○ 모악산 종교기행(토요일 오전 8시)

모악산은 전북의 도립공원(관리사무소 063-540-3539)이다. 해발 793.5㎙로 그리 높지 않은데도 도립공원이 된 연유가 있다. 강한 종교적 향기이다. 모악산은 호남평야 끄트머리에 우뚝 서 있다. 예로부터 신성시되어 왔다. 불교는 물론 증산교 등 각종 종교의 본거지로 여겨졌다. 한 때 80여 곳의 절과 암자가 있었다고.

모악산 종교기행의 으뜸은 금산사이다. 백제 법왕 원년(599년)에 세워진 금산사는 일반인에게도 낯설지 않다. 드라마 ‘태조 왕건’의 촬영지였다. 후백제 견훤의 최후를 그린 장면이었다. 금산사는 단순한 촬영지가 아니라 역사의 현장이다. 맏아들 신검이 쿠데타를 일으켜 아버지인 견훤을 감금한 곳이 바로 금산사이다. 가까스로 금산사를 탈출한 견훤은 왕건에게 투항하고 군사를 얻어 아들을 멸망시킨다.

금산사에는 볼 것이 많다. 미륵전(국보 제 62호)이 압권이다. 거대한 미륵불이 참배하는 중생을 내려다 본다. 근엄하다. 죄지은 사람들은 올려보는 것 만으로도 등에 식은 땀이 흐른다. 노주(보물 제22호) 석연대(보물 제23호) 등 7점의 보물이 있다. 절 마당 한가운데에서 누워 자라는 소나무도 이 절의 명물이다.

모악산에는 금산사 이외에 귀신사, 대원사, 수왕사 등의 명찰이 있다. 도로 변에 있는 귀신사를 제외하고는 다리품을 조금 팔아야 한다. 일정에 맞춰 계획을 잡는다.

○ 점심식사 후 갯벌로(오후 12시 30분)

모악산을 떠나 심포항으로 향한다. 금산사 입구에서 712번 지방도로를 이용해 약 15㎞를 가면 김제시, 시내에서 29번 국도를 이용해 10㎞을 진행하면 심포항의 입구인 만경읍에 닿는다. 김제시를 통과하면서 점심을 해결한다. ‘쌀의 고장’ 김제시에서 맛있는 밥을 먹는다. 반야돌솥밥(063-544-8220)은 싼 값으로 김제의 쌀 맛을 즐길 수 있는 곳. 4,000원~6,000원이면 밤, 대추, 콩이 들어간 맛깔스런 돌솥밥을 먹을 수 있다.

만경읍 만경리에서 702번 지방도로로 진입하면 심포항에 닿는다. 약 10㎞. 무조건 달리지 말고 차를 세우고 벌판을 바라본다. 얼마나 넓으면 땅이름이 만경(萬頃)이고 광활(廣闊)이겠는가.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이 보이는 곳이다. 가을이면 누런 벼이삭이 일렁거린다. 지금은 보리를 심어 놓은 곳만 파랗게 반짝인다.

너른 호남평야와 연결된 심포의 갯벌은 물에 잠기는 것만 다를 뿐 호남평야와 마찬가지의 모습이다. 물이 빠지면 끝이 어딘지 보이지 않는다. 곧 볼 수 없게 될 갯벌이다. 새만금방조제가 완성되면 논으로 바뀔 갯벌이다. ‘잃는 것은 무엇이고 얻는 것은 무엇인가.’ 상념에 잠기는 순간이다.

해질 무렵이면 심포항 언덕에 있는 망해사(543-3187)에 오른다. 한쪽은 물의 바다요, 다른 쪽은 흙의 바다이다. 물의 바다로 떨어지는 낙조가 좋다.

심포항에는 횟집이 많다. 생선도 좋지만 너른 갯벌에서 잡힌 각종 조개류가 상에 함께 올라온다. 전라도의 인심도 물론 함께 오른다. 해가 지면 밤. 봄의 밤바다는 어떤 분위기일까.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안다.

○ 도작문화 유람과 귀가(일요일 오전 9시)

우리의 주식인 쌀의 근원을 공부한다. 여러 곳이 있지만 벽골제가 대표적이다. 벽골제는 백제 비류왕 27년(330년)에 축조된 한반도 최초의 저수지 둑이다. 물을 가두어 두었다가 모자랄 때 사용했던 수리 시설이다. 길이 3.4㎞, 높이 4.4㎙인 이 둑은 현재 2.5㎞ 부문과 2개의 수문만 남아 있다.

벽골제 옆에 수리민속박물관(063-540-3225)이 있다. 우리 민족의 물 관리는 물론 쌀농사의 역사를 고스란히 배울 수 있다.

귀가는 서해안고속도로가 편하다. 집이 수도권 동쪽일 경우 서해대교를 넘자마자 평택-안성간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경부와 중부고속도로로 진입할 수 있다.

/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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