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김기덕 감독이 ‘사마리아’로 올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을 하게 된 데는 전작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기여도 상당하다. 인간의 본성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온 감독이 그것을 기초로 좀 더 큰 종교적 구원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 영화가 바로 ‘봄여름…’이기 때문이다. ‘봄여름…’은 ‘사마리아’의 구원을 ‘예습’한 영화다.
윤회설은 ‘봄여름…’의 가장 중요한 모티프다. 물 위에 뜬 절이라는 판타스틱한 공간에서 전개되는 ‘봄여름…’은 제목처럼 인생을 사계에 비유하면서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겪을 수 밖에 없는 고뇌와 업보를 그려내고 있다. 개구리와 뱀을 괴롭히던 아이는 어느새 자라 여자를 알게되고, 여자와 맺지 말아야 할 인연을 맺고, 절에서 나간다. 이어 남자는 살인자가 되고, 복역을 마치고 절로 돌아오며 죄악과 죄닦음에 대해 보여준다.
사춘기 소년의 갈등을 그린 ‘여름’ 챕터가 가장 김기덕 감독답다. 한 방에서 성욕에 가득찬 소년이 상징적인 문을 지나지 않고 옆으로 지나가 소녀가 자고 있는 곁으로 가는 장면, 소년과 소녀의 정사 장면 등 인간의 욕망에 관한 메타포가 특히 주목할만하다. 김기덕 영화에서 ‘색’(色)이 ‘공’(空)을 향해 가는 여정에 있는 영화다. 노스님 오영수의 연기가 빛나고, 겨울 부분에 감독이 직접 출연했다. 18세이상.
섬
김기덕 감독의 작품 중 인간의 욕망과 고뇌를 가장 치열하게 표출한 영화가 바로 ‘섬’이다 . 2000년 베니스 영화제에 진출한 ‘섬’은 몸을 파는 여성과 전직 경찰관을 통해 에로티시즘과 폭력 욕망을 명징한 색채와 구도로 표현하고 있다. 파격적인 미장센은 이 영화의 특별한 수확.
낚시꾼들에게 음식과 몸을 파는 희진의 낚시터로 아내를 죽인 후 도피중인 현식이 찾아든다. 자살하려는 현식을 살려낸 희진은 섹스로 현식을 위로한다. 하지만 현식은 희진의 집착적 사랑에 괴로워하고, 그들은 물고기와 낚시바늘처럼 서로를 괴롭힐 수 밖에 상황에 빠진다.
‘봄여름…’에서 물(水)이 욕망을 불러 일으키면서 동시에 욕망을 치유하는 것이라면, ‘섬’에서 물은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하는 촉매다. 저수지에 용변을 보는 낚시꾼의 엉덩이를 물 속에서 비추는 독특한 장면으로 시작해 물 속으로 잠수하는 희진의 모습, 마지막 수초를 클로즈업해가자 결국 여성의 국부처럼 보이는 장면 등은 이 영화의 ‘물’이 인간의 다양한 육체덩어리의 부산물과 연결 고리를 갖고 있음을 상징한다. 배우 서정의 데뷔작으로 농염한 그녀의 육체는 이 영화의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진다. 18세이상.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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