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통신서비스 가입자 성장률을 보면, 시내전화는 2.6% 떨어진 반면 이동전화는 3.9%, 초고속인터넷은 5.8% 증가했다. 특히 이동전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전체 전화시장에서 이동전화의 매출액 비중은 1998년 35.1%에서 2002년 62%로 커졌다.이런 가운데 통신시장은 전반적으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최근 3년간 통신업 지수가 35% 떨어졌다. 이는 통신시장이 성장과 정체의 전환점에 도달했음을 말해 준다. 통신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기술 진보와 사업자의 경영 활동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부의 통신정책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재의 통신정책은 환경 변화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해 시장과 부조화를 이룸으로써 오히려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통신산업의 향후 성장을 주도할 기술과 서비스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는 판국에, 신규 서비스 도입을 촉진해야 할 정부정책마저 결정이 지연돼 사업자들이 새 성장 사업을 발굴하는 데 더욱 애를 먹고 있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42% 수준에 불과한 낮은 시내전화 요금 등으로 인해 유선전화시장이 쇠퇴해 시장지배적 사업의 위상이 변화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정책은 유선시장 지배력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른바 결합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대표적인 예다. 미국, 영국 등은 신규 시장을 창출하도록 결합서비스를 일찍이 허용한 바 있다.
통신시장의 중심축이 유선전화에서 이동전화로 넘어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존의 유·무선 비대칭규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현재 이동전화 가입자는 3,321만명으로 유선전화의 1.4배나 되고, 매출액 기준으로는 1.6배에 달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유선 시내전화에 대해 엄격한 인가제를 적용, 결과적으로 선택요금상품 개발을 제한하고 있다. KT 시내전화의 경우 2002년 기준으로 원가보다 17.4% 낮은 접속료를 받고 있다.
이 같은 부조화를 극복하고 통신시장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신규 서비스 육성을 위한 적극적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지난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3GHz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향후 5년간 31조8,000억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올해 사업 허가를 통해 서비스 조기 상용화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휴대인터넷도 초고속인터넷을 무선영역으로 확장한 서비스인 만큼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에게 허가하여 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둘째, 유선시장 지배력 억제 위주의 규제 정책에서 탈피해 초고속인터넷과 위성방송의 결합서비스 및 유·무선 통합서비스(원폰) 등을 조기에 허용해 신규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초고속인터넷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다양한 서비스 개발을 저해하므로 재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유·무선 균형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유선부문에 대한 요금 규제를 완화해 유선통화 감소 추세에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정액제와 같은 선택요금제도를 도입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유선 설비에 적용되는 가입자선로공동활용제도와 설비제공제도에 따른 규제 개선과 적정 대가 산정을 통해 유선사업자의 투자 유인을 높여야 한다. 유·무선망 간 접속료 격차도 줄여 수지 적자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 봉 주 KT 경영연구소 경제분석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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