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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회견 발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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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회견 발언록

입력
2004.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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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11일 기자회견에서 불법 대선자금과 측근 및 친인척 비리 문제에 대해서는 "부끄럽고 면목이 없다"는 등의 표현으로 10여 차례 사과했다. 그러나 야당의 선거법 위반 사과 요구에 대해서는 "잘못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끄러우니까 그냥 사과하고 탄핵을 모면하자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면으로 거부했다.노 대통령은 특히 측근인 안희정 최도술씨 등 측근의 비리혐의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뢰를 보낸다"면서 "대통령으로서 체면치레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해 관리한 돈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거리를 제공 했다. 안 씨의 아파트 구입에 2억원을 사용한 데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며 착복에 고의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다음은 주요 발언 요지.

선거법위반

선관위는 내 발언이 사전선거운동이 아니라고 했고 다만 선거에서 중립 의무를 지켜달라고 한 것이다. 나는 이를 경고로 보지 않고 유의해달라는 권고로 본다. 또 나는 "존중하나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마치 내가 선관위 결정을 거부하고 계속 발언할 것처럼 보도됐다. 총선이라는 중요한 국면에서 대통령은 정국구상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야당을 키워서 발목을 묶어야 할지 판단하게 된다. 미국 백악관 얘기를 담은 '웨스트윙'이라는 드라마에서도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제 47번 선거구 출마한 자기당 소속 의원을 위해 유세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공무원 1명에게도 선거 눈치를 준 적이 없는 중립하고 있는 대통령이다.

탁핵·사과

탄핵은 헌정이 부분적으로 중단되는 중대한 사태다. 이를 놓고 정치적 체면 봐주기, 흥정하고 거래하기라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 탄핵 문제가 끝난 뒤에 선관위 해석을 둘러싼 나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한 뒤에도 사과를 요구하면 사과를 하겠다. 그러나 기왕에 열린우리당이 저러고 있는데 야당에서도 한발 물러서면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그러면 나도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야당과 협의하고 타협하겠다. 일방적 굴복을 강요하는 정치는 안 된다.

탄핵 사태에 대해서는 내가 대통령 당선된 것이 책임이라면 책임이다. 완전히 떨어질 것처럼 됐다가 갑자기 모든 것을 뒤집고 당선된 게 원죄다. 그래서 (야당이) 나를 인정하지 않고 탄핵 얘기가 진작부터 나온 것이다. 우리당을 창당해서 지역구도를 해소해 보자고 한 것도 또 하나의 죄다. 대선자금 수사가 벌어지지 않았다면 탄핵까지는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불법대선자금

참으로 죄송하기 짝이 없다. 굳이 그분들을 위해 변론하고 싶은 것은 그 분들의 횡령이 없었다는 것이다. 아주 놀랍게 생각한다. 비록 법은 어겼으나 선거를 위해 노력한 일이고 개인적으로 착복하거나 치부하지 않았다는 점 감사하게 생각한다. 다시 한번 신뢰를 보낸다. 특히 이상수 당시 총무본부장은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해 준 데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최도술·안희정

20년, 15년 동안 내 일을 맡아온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만지고 조달하고 사용한 대선자금은 그들이 한 것이라기 보다는 나의 손발로 한 것이다. 법적인 처벌은 그 사람들이 받되 정치적 비난은 나에게 해달라. 그러나 대선 이후에 이들이 저지른 어처구니 없는 실수는 나도 마음이 아프다. 용서하기 어렵고 원망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도 이들에 대한 신뢰를 거두기 어렵다. 그 사람들이 보관하고 있던 돈의 용도에 관해서도 선의를 믿고 있다. 개인적으로 치부하기 보다는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체면치레는 앞으로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알아서 관리했던 돈으로 생각한다.

친인척 비리

건평씨는 지금까지 내게 3번의 청탁을 했다. 결과는 모두 성사되지 않았다. 하나는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서 외면했고 하나는 잘 될 수 있었는데 불이익을 줬다. 하나는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 건이지만 돈을 탐내서 전화할 사람은 아니라고 믿고 있다. 사람들이 몰리고 형님이 거절하고 괄시하기 어려웠을 텐데 형님은 그 정도로 지금까지 잘 지켜줬다.

조카가 부사장이 된 조그만 회사가 큰 기업에 납품하려고 하니까 민정에서 특별한 혜택을 주지 말라고 사전 경고했다. 또 다른 조카가 무슨 회사 사장에 간다고 하니까 "너 정도 깜냥이면 이사 정도인데 사장으로 가면 세무조사시키겠다"고 해서 현재 기술 이사를 하고 있다.

10분의 1발언

극단적인 표현을 한 이유는 당시 "(한나라당의) 절반은 받았지 않겠느냐", "700 대 0 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반전시키지 않으면 내가 어려움에 빠질 수 있어 "10분의 1 넘으면 정계은퇴"라는 도수 높은 말을 썼다. 또 내가 허물이 있지만 다른 허물과는 차별화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생각하고 준비한 발언이었다.

/고주희기자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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