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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대치 탄핵정국/민생이야 죽든 말든… 막가는 政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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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대치 탄핵정국/민생이야 죽든 말든… 막가는 政爭

입력
2004.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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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 투표 예정일을 하루 앞둔 10일 여야는 타협을 촉구하는 여론의 압력을 외면한 채 '밀리면 총선은 끝장'이라는 식의 난타전을 거듭했다. 열린우리당측은 "노무현 대통령이 사과할 이유가 없다"며 야당측 요구를 일축했다. 반면 민주당은 "노 대통령이 사과를 하더라도 탄핵은 강행한다"며 한층 더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또 한나라당에선 '탄핵 후 개헌론'까지 개진되는 등 탄핵정국은 당리당략에 따라 의도적으로 긴장 수위를 높이는 전형적인 정쟁(政爭)의 양상을 띠고 있다.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의 11일 표결 방침을 강조하면서 전의를 가다듬었다. 또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농성을 '불법 점거'로 규정한 뒤 "이는 노 대통령에 대한 또 다른 탄핵사유"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가 헌정질서를 문란하게 한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하는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표결 강행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특히 "노 대통령의 사죄는 7일까지가 시한이었다"며 "탄핵소추안이 정상적인 단계로 진행되는 만큼 이제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유용태 원내대표도 "탄핵대상인 노 대통령이 자기 당 의원들을 시켜서 의회를 점거하는 것은 독재정권에도 없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는 우리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농성을 겨냥해 "의회에서 폭력으로 표결을 막는 것은 의회주의를 거부하는 행위로 파시즘 정권에서는 있었던 일"이라며 "국회의장에게 경호권 발동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11일 입장 표명 방침이 알려진 뒤에도 "이미 법적 절차는 시작됐다"며 탄핵안 강행 처리 방침을 거듭 내비쳤다.

열린우리당은 이틀째 국회 본회의장 농성을 계속하면서 당력을 총동원해 대여 공세를 펼쳤다. 우리당은 '나치즘' '제 2의 쿠데타' '탄핵 오적(五賊)' 등 극한 용어를 동원해 탄핵 발의를 비난하며, 장외 집회를 연이어 갖는 등 여론 잡기에 부심했다. 특히 이날 저녁 농성장에서 3번째 열린 의총에서는 "사즉생의 각오로 표결을 결사 저지할 것"이라고 비장한 결의를 재차 다졌다.

정동영 의장은 "국민과 함께 헌정 유린 사태를 종식시킬 것"이라며 "국민이 전화, 이메일 등을 이용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달라"고 국민의 참여를 호소했다. 야당의 노 대통령 사과 요구에 대해선 일부 의원들이 사과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정 의장은 "대국민 유감표명은 있을 수 있지만 야당에 대해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나치즘이 합법적 방식을 가장해 권력을 찬탈했듯이 야당이 의회 다수를 이용해 쿠데타 음모를 벌인 것"이라며 "탄핵 발의는 내란획책과 국정파탄 음모"라고 비난했다. 이미경 상임중앙위원은 야당 지도부를 '탄핵 오적'으로 규정했다.

우리당은 이날 오후 국회 앞에서 규탄집회를 가졌고, 저녁엔 '노사모' 회원 등과 함께 '탄핵 저지 범국민 규탄 촛불시위'를 열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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