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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2집 "유리가면" 낸/자우림 김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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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2집 "유리가면" 낸/자우림 김윤아

입력
2004.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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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하는 작업을 계속할지 모르겠어요. 1집 때는 온갖 척은 다 할 수 있었어요.'자우림'이 가진 좋은 고정관념을 내 가면인 양 쓰고. 하지만 이번에는 끊임 없이

내 안으로 들어가 내면의 무언가를 캐 오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낯설고 힘들었어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핵, 자신의 가장 깊숙한 모습을 보는 걸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혼자 작업하면 그걸 봐 버리겠구나 하는 두려움이 밀려 온 거죠."

'자우림'의 김윤아(30)는 밴드 활동과 별개로 발표한 자신의 2집 '유리가면'의 녹음을 마치고 처음 전곡을 들었을 때의 기분을 "불쾌했다"고 표현했다. 마치 자신의 악몽을 보는 듯. 듣는 이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의식을 과도하게 담은 탓일까. 겉보기에는 지극히 정상인 한 여인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훔쳐 본 듯 하다. 극을 치닫는 수사는 현란하고 목소리는 숨이 막히도록 몰아쳐 온다. "듣기 편하지는 않아요. 불안하고 처절하게 들릴 테죠. 노래를 만들며 제가 그랬듯이." 악기와 목소리는 질감이 살아 있고 불투명하다.

"아주 불안한 소녀에서 시작해서 메이크업을 다 지운 내 본래의 모습까지 담았다"고 그는 말한다. "각각의 노래를 1인극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노래와 저는 닮아 있기도 해요. 내 모습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유리로 된 가면을 쓰고 노래하는 셈이죠." 학창 시절 습작 노트에서 찾아낸 문구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파스빈더 감독의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에서 시작해 그녀는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닐 마음의 사치'라 감히 정의한다. 위험한 사랑을 상상하는 순간을 '불안하고 달콤한 나른하고 숨이 멎을 듯한 죄의식와 행복의 기묘한 일체'라 표현한 '나는 위험한 사랑을 상상한다'에서 그녀의 위태로움은 극에 달한다.

그러나 마지막 곡 'girl talk'만은 가면을 벗은 모습이다. '열일곱 또는 열셋의 나 상처투성이인 그 앨 안고 다정히 등을 다독이며 사랑한다 말하고 싶어'. "'girl talk'처럼 열 일곱 또는 열 셋 무렵의 나는 너무 민감한 소녀였다. 음악으로 내 안의 검고 더러운 것을 토해내지 않았다면 이미 난 죽었을지도 모른다."

음반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이미지는 탱고와 봄이다. 영화 '와호장룡'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탄 조르지 칼라드렐리가 독특한 질감으로 편곡한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닐 사치'는 피아졸라의 누에보 탱고 선율을 차용했다. "탱고의 정서와 나, 김윤아의 정서는 맞닿아 있다. 극단적이고 처연하다"고 그녀는 설명한다.

봄에 대한 이미지 역시 탱고의 정서와 맞물려 있다.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함께 한 '봄이 오면 G'는 '봄이 오면 연두 빛 고운 숲 속으로 어리고 단 비 마시러, 봄 맞으러 가야지'라고 노래하면서도 마치 사람들이 생각하는 활기찬 봄과 자신은 아무 상관 없다는 듯 그녀의 목소리는 태연할 뿐이다.

"따뜻하면 바람이 나기 시작하고 4, 5월이 되면 우울해진다"는 그녀. 내면을 홀랑 들켜 버린 듯한 솔로 2집을 가지고 한 동안 활발하게 활동하겠다니 마녀 김윤아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우울한 그녀와 상관 없이 행복한 봄이 될 듯하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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