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7.43(3월4일)→905.38(5일)→900.10(8일)→891.58(9일)→876.02(10일)' 900선을 돌파한 뒤 계속 내리막길을 걷던 증시가 10일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나스닥지수의 2,000선 붕괴 소식에도 장 초반 약 보합으로 버티던 증시는 외국인이 이틀째 매도세를 이어가자 하락폭이 깊어졌다. 미 증시의 조정과 대통령 탄핵 발의 등 국내외 악재들이 갑자기 증시를 에워 싸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악재들의 지속 여부에 따라 조정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미 기술주 약세, 국내 증시에도 영향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미 증시와의 탈 동조화를 예상하는 견해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미 증시의 하락 국면에서는 이 같은 분석이 적용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당장 미 증시가 조정국면에 접어들자 지난 주 2조원 이상의 강력한 순매수세를 보였던 외국인들이 이틀째 순매도를 기록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하루하루 주식시장을 보면 미국과의 탈동조화를 얘기할 수 있지만, 큰 흐름으로 보면 밀접하게 연동한다"며 "미국 증시가 지난해 6∼7월 이후 처음으로 저점을 낮춰가고 있어 조정폭이 깊어질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만큼 우리 시장에도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정보기술(IT) 비중이 높은 시장이라는 점에서 나스닥지수의 안정적인 교두보 확보가 900포인트 재진입을 위한 선결조건이 된다"고 지적했다.
선물옵션 만기일에 부담감 가중
대통령 탄핵 발의가 당장 증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수석연구원은 "대통령 탄핵 발의 등 정치 불안이 펀더멘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긴 어렵지만, 투자심리에 부담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수 급락에는 선물·옵션 만기일을 하루 앞두고 수급부담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투증권 박시영 연구원은 "미국 시장이 아니더라도 지수가 900선을 넘어서면서 심리적 부담감이 존재하고 선물·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매수차익거래잔고가 1조4,000억원으로 늘어나 수급 부담이 예상됐다"고 진단했다.
4월 기업실적 발표때 재상승 가능
국내 증시의 조정은 재상승을 위해 밟고 넘어가야 할 수순으로 풀이된다. 현대증권 정태욱 리서치센터장은 "유동성장에서 실적장으로 넘어가면서 대부분 조정을 거친다"며 "미국은 2월부터 조정에 들어갔지만 우리는 증시가 상승하면서 조정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금리 인상이 없다면 국내 증시는 850선에서 920선 사이를 움직이다 미국과 국내 기업의 1·4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4월부터 재상승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우 센터장도 "상대적으로 견조했던 국내 증시도 그동안 상승에 따른 후퇴는 불가피하며, 조정폭도 커지고 기간도 길어질 것"이라며 "일단 850선을 1차 지지선으로 보고 있지만 상황이 나빠지면 820선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관측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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