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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위커 "고통받는…"展/못박히고 상처받은 현대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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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위커 "고통받는…"展/못박히고 상처받은 현대문명

입력
2004.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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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성기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나무토막. 귀두 부분에 수백 개의 못이 박혀있거나, 붕대가 칭칭 감겨 그 끝에는 돌이 매달려 늘어뜨려졌다. 현대문명의 상징인 컴퓨터 모니터에도 전후좌우를 둘러가며 빽빽하게 시커먼 대못을 촘촘하게 박아놓았다.독일 작가 귄터 위커(74)는 '못의 작가'로 불린다. 1957년부터 못을 매체로 사용한 그가 지금까지 사용한 못만 200톤 가까이 된다. 못은 그에게 고통과 치유의 상징이다. 귄터 위커는 독일에서의 외국인에 대한 폭력과 인종차별 등 상처받는 사람들의 고난을 현대미술로 다뤄온 작가다. 게르하르트 리히터, 고타르트 그라우브너 등과 함께 구 동독 출신으로 뒤셀도르프 아카데미 교수를 역임하며 독일 현대미술을 세계에 알린 작가다.

31일까지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는 귄터 위커의 전시 '고통 받는 사람들― 치유의 은사'는 독일 문화예술청이 자국의 대표적 작가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여는 아시아 순회전의 하나다. 한국전에 이어 대만, 일본에서도 열린다.

전시에는 설치 16점과 드로잉, 비디오, 50년대 이후 그의 전시 카탈로그 등의 자료가 나왔다. 붕대, 재, 나무, 모래 등의 재료로 구성된 설치 작품들은 하나 같이 '인간에 의한, 인간에 대한 학대'를 보여주기 위한 귄터 위커의 의도를 드러낸다. 그는 74세의 고령임에도 붓 대신 손가락으로 칠하는 '손가락 그림'의 현역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 나온 그의 드로잉은 손가락에 칠한 검정 물감으로 '소리지르다' '못박다' '고통주다' 등 60여 개의 단어를 기록해 인간의 폭력성을 고발하면서 그 치유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다. 문의 (02)734―6111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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