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계가 '최고경영자(CEO) 브랜드' 시대를 맞고 있다. CEO가 경영실적을 내면서 쌓은 명성이나 해당 분야에서 갖고 있는 이미지 등 이른바 'CEO 브랜드'의 가치가 기업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삼성증권 황영기 사장이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으로 옮겨간 후 주가가 사흘 연속 상승세를 탔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 이 때문에 기업들도 체계적인 CEO 브랜드 관리를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미국의 경우 스타급 CEO는 회사의 가치를 올리는 일등공신이 된지 오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등은 재임기간 동안 회사 가치를 수십 배씩 올렸다.
국내에서는 벤처 CEO 신화의 주인공인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이 코스닥 시장 등록 당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10∼20% 높여 주식 가치를 인정해주는 'CEO 프리미엄'을 받았다. 특히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일부 스타급 CEO는 존재 자체가 투자의 변수로 작용하는 등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지니고 있다. 휠라코리아의 윤윤수 회장이 이탈리아 필라 본사 인수에 성공한 것도 스스로 쌓아온 브랜드 가치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후문.
CEO 브랜드가 중요해지면서 역(逆)효과나 부작용도 생긴다. CEO가 비리 혐의로 사법처리를 당하는 바람에 SK(주)를 비롯해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 SK 관련사 주식이 잇따라 출렁거렸던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국내에는 아직 스타급 CEO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스타급 CEO로 등장한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을 비롯해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 신세계 구학서 사장, 현대모비스 박정인 회장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오랫동안 재벌 체제가 이어지면서 전문경영인이 부각되지 못한 것이 국내에 스타 CEO가 많이 나오지 못했던 이유다. 하지만 최근 지배구조 개선작업이 활발해지고 주주 중심의 경영이 중시되면서 스타 CEO가 배출될 토양이 마련되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은 자체적인 CEO 브랜드 관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90년대 후반부터 CEO들의 언론 인터뷰나 외부 행사 참석 등에 대해서도 치밀한 '전략'을 짜 진행하고 있다.
또 금융사나 이동통신회사 등 경쟁이 치열한 일부 업종의 경우 보다 체계적인 CEO 브랜드 관리를 위해 컨설팅 업체에 용역을 의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메타커뮤니케이션의 노범석 사장은 "CEO 브랜드는 기업 가치를 상승시키는 무형의 자산"이라며 "기업이나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올리기 위해 체계적인 노력을 하듯 CEO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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