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한국생활 경험을 토대로 외국인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서울이 되는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서울시 1호 외국인 공무원'으로 뽑힌 리슬리 벤필드(Leslie J. Benfield·35·여)씨는 첫 출근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미국 국적을 가진 외국인이라고 하지만 벤필드씨는 반 한국인이나 다름 없다. 1995년 한국 땅에 첫 발을 내딛은 후 사설 어학원과 춘천 한림대에서 영어 강의를 했고 지난 해 가을부터 최근까지 민간재단에서 일했다. 벤필드씨는 처음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대학시절 한국인 유학생과 함께 생활하면서부터 였으니 그의 '한국과의 인연'은 10년 세월이 훨씬 넘는다. 어지간한 속어도 능청스럽게 해 낼 정도로 한국말을 잘하고 외국인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 상당히 깊다. "제 스스로 한국인인지 미국인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고 할 정도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내실 있는 국제 협력 업무를 위해 원어민과 외국에 10년 이상 거주한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문서류 감수요원 공개 채용에 나섰다. 여기에 응모한 16명(한국인 5명, 외국인 10명)은 영문서류와 간행물의 영어표기 오류 잡기와 외국 공공기관에 보낼 회신문 작성 등의 실무, 면접 과정을 거쳤고 벤필드씨가 최종 합격했다.
벤필드씨는 앞으로 1년 동안 서울시 국제협력과에서 영문서류와 공문서를 감수하는 등 국제협력 업무를 돕는 일을 맡는다.
서울시라는 거대 조직에서 공무원 신분으로 일하는 것이 두려울 법도 하지만 벤필드씨는 의외로 여유가 넘친다. "대학시절 미 연방정부에서 3년 가까이 근무했고 한국에서도 여러 곳에서 일하면서 한국의 조직 문화에 익숙해 있다"는 것. 그는 한국 공무원들에 대해 "주미 한국대사관의 공무원들은 표정이 너무 굳어 있어 무섭기까지 했다"면서 "그러나 한국에서 만난 공무원들은 친절하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벤필드씨는 "1995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국제화', '세계화'라는 말을 참 많이 들어왔는데, 정부나 행정기관은 오직 경제분야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질 뿐 대중교통과 안내 표지판 등 실제 외국인들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생활'에 대한 배려는 아쉽다"고 지적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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