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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로의 언론보기]"덤핑 신문"엔 미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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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로의 언론보기]"덤핑 신문"엔 미래 없다

입력
2004.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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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업계에 일어나고 있는 가격 인하 경쟁을 어떻게 볼 것인가?중앙일보가 1월 구독료를 자동납부하는 독자에게 2,000원을 깎아주자 며칠 후 조선일보도 이에 질세라 구독료 인하와 자동이체 할인으로 4,000원을 낮춰주고, 특정 카드를 이용할 경우 1,000원을 더 할인해주고 있다. 이로 인해 중앙일보는 연간 약 396억원, 조선일보는 카드 할인분을 제외하고도 연간 약 840억원의 수입이 각각 감소된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 등 5개사는 '가격 덤핑'으로 독자를 현혹하고, 신문 전체의 '제 살 깎기'를 초래한다며 강하게 반대하는 성명을 냈고, 전국언론노조도 토론회를 열고 우려하는 의견을 나누었다.

지난해 신문사의 경영은 경제난과 광고 감소 등으로 매우 어려웠다. 광고대행사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문업계 전체 광고비는 2002년에 비해 6.4%인 1,300억원이 감소했다. 또한 향후 매체별 광고 시장도 지상파 TV를 비롯해 케이블·위성 TV, 그리고 이달 초 국회를 통과한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의 가세로 경쟁이 심화될 경우 신문 광고 시장의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질 것이다.

이 두 신문은 그동안 부수 경쟁을 통해 업계 수위를 다투어 왔고, 그 과정에서 불법 무가지와 경품을 앞세운 판촉전이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데 왜 갑자기 매출액이 줄어드는 것도 감수하면서 이러한 경쟁을 펼치는 것인가?

언론경제학적 시각에서 그 배경을 살펴보면, 첫째, 광고수입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다. 광고 수입을 늘리려면 단가를 올리고 수주량을 늘려야 하는데, 이는 유료 부수에 의해서 결정된다. 즉 두 신문은 가격 인하를 내세워 상대보다 유료부수를 늘리려는 것이다.

둘째, 신문사 수입이 대개 광고수입 80%와 판매수입 20% 내외로, 구독료의 비중이 작기 때문이다. 즉 광고수입을 늘릴 수 있다면, 가격 인하에 따른 구독료 수입 감소는 투자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그동안 '조중동'이라는 한 배를 타면서 보수언론의 한 축을 이루어오던 두 신문이 이제 각각 다른 길을 가기로 한 것이다. 중앙일보의 선제 가격 인하는 신문시장의 지각변동을 목표로 한 것. 조선일보는 정부와의 갈등 외에도 '안티조선'과 '불매운동'으로 인해 주춤하고 있다. 반면에 중앙일보는 중립적 논조와 젊은 세대와의 호흡을 내세우며 때를 준비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격 인하 경쟁은 최근 중부지역을 강타한 기습 폭설처럼 신문 산업에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이러한 방식으로 독점 또는 과점 상태에 이른 신문은 여론을 독점하거나 광고주인 재벌과 대기업의 입장에 편중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독자가 신문이란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광고가 아니라 내용, 즉 신문에 담겨 있는 정보와 의견 때문이다. 다양한 입장을 지닌 신문이 공존할 때, 정보와 의견의 다양성도 보장될 수 있다.

따라서 신문 시장에서 필요한 것은 혼탁한 가격 인하 경쟁이 아니라 품격 있는 논조와 가치 있는 정보의 경쟁이다. 가격 인하 신문과 지하철 무료신문에서 단순한 정보는 찾을 수 있어도 '조타수'나 '파수견' 언론을 기대할 수는 없다.

/영산대 매스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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