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업은 시골집 처마 밑에 쌓아둔 장작더미에서 시작되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집집마다 양식처럼 준비해둔 장작더미…. 그 여유, 부지런함이야말로 아름다운 한국적 정서다. 그것을 보며 자란 어릴 때의 추억에서, 쌓는다는 적(積)과 짠다는 직(織)의 의미가 다가왔다."심수구씨는 '싸리 작가'로 불린다. 싸릿골이라 이름 붙인 경남 울산의 작업장에서 싸리나무를 잘라 일정한 크기로 다듬고 건조·약품 처리한 뒤, 패널 위에 일일이 손으로 심어나간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작은 싸리나무 조각들을 쌓고 짜서 만든 그의 작품은 평면이면서 입체, 회화이면서 조각이다. 자칭 촌놈으로 30여 년 묵묵히 주로 지방에서 활동해왔던 그가 올해 2월 열린 스페인 아르코 아트페어에 처음 참가해 출품작들을 다 팔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각국 미술인들이 한마디로 칭찬한 그의 작품성은 바로 한국적 토속성이었다. 16일부터 26일까지 갤러리 우덕 초대로 열리는 심씨의 9회 개인전은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저 시골집 처마 밑으로의 기억 여행이다. (02)3449―6071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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