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4년 3월11일 이탈리아 시인 토르콰토 타소가 소렌토에서 태어났다. 1595년 로마에서 몰(沒). 타소는 르네상스 문학 최후의 거인으로 꼽힌다. 대표작은 후기 르네상스 정신의 문학적 총괄이라고 찬사 받는 장편 서사시 '해방된 예루살렘'(1575년 완성: 1593년 '정복된 예루살렘'으로 개작)이다. '해방된 예루살렘'은 11음절 8행 운시(韻詩)의 형식에 담긴 전(全) 20수(首) 1,917연의 작품이다. 11세기 제1차 십자군 원정을 소재로 삼아 고대 영웅 서사시와 중세 기사도 문학의 전통 위에서 사실(史實)과 허구를 넘나들며 영웅의 비극적 죽음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제1차 십자군 원정 당시 이스라엘 왕국의 토대를 마련하고 군주로 선출된 프랑스 귀족 고드프루아 드 부용(1060∼1100)이다.타소의 정신 속에는 문학에 대한 천부적 재능과 광기가 결합돼 있었다. '해방된 예루살렘'을 탈고할 무렵부터 마음의 감옥에 갇히기 시작한 그는 그 뒤 단속적인 발작 속에서 병원을 들락거리며 우울한 생애를 살았다. 역사상 많은 천재들이 정서적으로 불안했다는 것은 정신의학자들의 흥미로운 관심거리가 돼 왔다. 타소를 위시해 횔덜린, 클라이스트, 니체, 도스토예프스키, 스트린드베리 같은 문인, 반 고흐 같은 화가나 슈만 같은 음악가, 칸토어나 존 내시 같은 수학자가 두드러진 예다.
독일 정신의학자 에른스트 크레치머는 저서 '천재적 인간'에서 "천재는 광기다"라는 롬브로조의 직설을 피하면서도 이렇게 적고 있다. "천재는 생물학적으로 보아 인류 속에 드물게 존재하는 극단적 변종이다. 이 극단적 변종은 통상종에 비해 생물학상 현저하게 불안정한 구조와 붕괴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잦다. 그리고 이 정신 내부의 불안정성과 불균형성은 높은 정신병질적 반응력과 필연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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