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드라마는 가정 파탄의 전시장? 오전 8시∼9시 30분 지상파 3사 드라마가 한결같이 '가정 파괴'의 현장을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생중계하고 있다. 이 시간대에 방송하는 아침드라마는 모두 불륜과 치정, 이혼은 기본이고 동반자살, 혼인빙자협박, 치정 복수극까지 온갖 형태의 부부 갈등을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다. 주시청자인 가정주부의 관심을 반영했다 하더라도 소재나 표현 면에서 도를 넘어섰다는 비난 여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아침 드라마의 비윤리적인 내용에 대해 방송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방송위원회(위원장 노성대) 산하 연예오락 제1심의위원회는 4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상파 3사 아침 드라마 방송 내용을 중점 심의, KBS-1TV '찔레꽃' KBS-2TV '나는 이혼하지 않는다', MBC '성녀와 마녀', SBS '이브의 화원'(2월14일 종영) 등에 내용 개선을 권고했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남자의 외도로 인한 가정의 비극을 그린 KBS 1TV의 'TV 소설 찔레꽃'은 남편의 외도, 미혼모, 언니의 출생을 폭로하는 이복동생의 치정 등을 집중적으로 부각한 점이 지적됐다. 소설가 박경리의 소설이 원작인 MBC '성녀와 마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동반자살 시도, 꽃뱀, 치정 복수 등 자극적 소재 위주로만 드라마를 구성한 점이 문제로 비판 받았다. KBS 2TV의 '나는 이혼하지 않는다'는 유부남·유부녀의 불륜을, SBS의 '이브의 화원'은 친구 애인을 빼앗아 결혼하고 피해를 입은 친구가 가정 파탄을 유도한다는 내용을 그려 문제가 됐다.
심의위원회는 "최근 아침드라마에서 불륜과 치정에 따른 애정 갈등과 가족간의 반목이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결혼의 신성함과 가족의 가치를 생각할 수 있는 드라마가 제작·방송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침드라마의 선정성은 만성화된 고질병에 가깝다. 시청자와 시민단체의 끊임없는 비판에 일부 방송사는 수준 제고를 선언했지만, '반짝 구호'에 그칠 뿐이다. MBC의 경우 2003년 봄 개편부터 작품성을 검증 받은 원작 소설을 각색 '소설극장'이라는 이름으로, KBS도 소설 만큼 작품성을 확보한다는 뜻에서 아침드라마에 'TV소설'이라는 이름을 붙여 내보내고 있지만, 이름만 달라졌을 뿐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는 방식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아침드라마 폐지론'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방송위 역시 프로그램이 종영된 후 한 달이 지나서야 내용개선 권고를 내리는 등 '뒷북 심의'로 드라마의 선정주의를 방치하고 있다.
경실련의 미디어워치팀 서미성 간사는 "보고 있으면 불쾌할 정도인 아침드라마의 선정성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이 점점 높아 지고 있지만 방송사는 이제 개선의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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