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음악의 아시아 메카를 지향하는 통영국제음악제가 올해부터 시즌제로 바뀐다. 연간 1회, 10여일 간 치르던 것을 봄부터 가을까지 고루 분산시켜 연중 음악제로 새 출발하는 것. 매년 3월에 하던 기존 행사는 시즌 개막 축제로 묶고 4월과 6월, 8월 세 차례 시즌콘서트를 하고, 10월에 로린 마젤이 지휘하는 뉴욕필 연주회로 폐막한다. 이러한 변화는 좀 더 다양하고 수준 높은 공연을 끌어들여 축제의 내실을 다지고, 관심을 1년 내내 유지시키기 위한 것이다.작곡가 윤이상의 고향 통영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20세기 현대음악의 주요 작곡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윤이상을 기리는 것인 만큼 현대음악 중심으로 진행하되, 고전적인 클래식 음악에도 함께 연주하고 있다. 올해의 주제는 '공간'(eSPACE). 윤이상의 작품 제목이기도 하다. 개막 축제는 22일부터 27일까지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펼쳐진다. 매트 하이모비츠(첼로), 안 트리오(실내악), 러시아 국립 카펠라 오케스트라, 나탈리 클레인(첼로), 실레지안 현악4중주단(실내악) 등 세계 유명 연주자들의 무대가 개막 축제를 채운다. 시즌 콘서트에는 미샤 마이스키(첼로)와 백혜선(피아노)의 듀오(6월 20일), 정명훈 정경화 정명화 남매의 정 트리오(8월 30일)가 포함돼 있다. 자세한 내용은 통영국제음악제 홈페이지(www.timf.org) , 문의 (02)6303―5700 (055)645―2137
올해 통영국제음악제에 참가하는 연주자는 10여개 국 600여 명에 이른다. 인구 14만의 지방 소도시 통영에 이렇게 많은 유명 연주자가 모이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이 축제만이 갖고 있는 장점이자 핵심은 평소 국내 무대에서 접하기 힘든 현대음악을 다수 초연하는 데 있다. 올해 개막축제에서 만나게 될 주요 초연작품은 다음과 같다.
윤이상의 오페라 '유령의 사랑'
(아시아 초연. 22일 오후 7시 30분 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
독일 키일 오페라단의 위촉으로 1971년 키일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한 젊은이가 두 마리 암 여우와 사랑을 나누면서 열정을 되찾지만, 그로 인해 기운이 쇠잔해 죽음에 이른다는 환상적이고 낭만적인 이야기다. 김홍재가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와 국립오페라단이 공연한다.
탄둔의 '워터 패션'
(한국 초연. 26일 오후 7시 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
영화 '와호장룡'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은 중국 작곡가 탄둔의 작품으로, 바흐의 '마태수난곡'의 현대적 변용이다. 예수의 마지막 3일, 체포에서 처형, 매장까지를 음악으로 구성한 '마태수난곡'을 '물'의 메타포로 재해석했다. 무대에 십자가 모양으로 늘어놓은 물그릇 모양의 워터 퍼커션(물을 이용한 타악기)이 신비한 물소리를 내고, 여기에 중얼거림과 외침이 섞인 독창과 합창, 조명과 전자음향이 어우러져 신선한 충격을 던진다. 탄둔이 직접 지휘하고, 4명의 독주자(베이스, 소프라노, 첼로, 바이올린)와 국립합창단이 연주한다. 서울 공연(28일 오후 6시 LG아트센터)도 한다.
쇤베르크 '구레의 노래'
(한국 초연. 27일 오후 5시 충무체육관)
독창과 합창, 관현악을 위한 작품으로, 쇤베르크의 악보대로 하자면 무려 400명에 이르는 연주자가 필요한 대작이다. 왕비의 질투로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왕이 신을 저주하고 그 벌로 망령이 되어 밤마다 숲속을 광포하게 떠돈다는 내용의 덴마크 전설을 바탕으로 작곡된, 거대한 사랑 노래다. 플루트 8대, 하프 4대 등 편성이 워낙 거대해서 좀처럼 무대에 올리기 힘든 작품이다. 이번 공연의 출연자는 약 300명. 장윤성의 지휘로 창원시향과 서울심포니, 창원·고양·수원시립합창단이 연주한다.
마우리치오 카겔의 '바리에테'
(아시아 초연. 27일 오후 2시 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
쿵짝쿵짝 흥겹게 돌아가는 왁자지껄한 음악극이다. 서커스나 마술, 그림자극과 함께 연주하는 게 더 어울리는 작품이지만, 이번에는 콘서트 형식으로 한다. 6명(색소폰·아코디언·피아노·타악기·첼로·타악기)이 연주하게 돼있다. 아코디언의 세계적 연주자 테오도르 안젤로티가 통영국제음악제 상주단체인 timf앙상블과 함께 공연한다.
강석희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연쇄반응'
(세계 초연. 27일 오후 5시 충무체육관)
이번 통영국제음악제의 위촉작품으로, 27일 '구레의 노래'와 나란히 연주된다. 한국의 대표적인 작곡가 중 한 명인 강석희의 작품을 초연함으로써, 음악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하려는 이 축제의 의지를 드러낸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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