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를 잡아야 드라마도 뜬다.'8일 첫 방송한 드라마 '인간시장'은 SBS 홈페이지에서 동호회의 애칭을 공모하고 있다. 현재 '2004 인간시장'의 2004에 의미를 둔 'e―천사'(2004), '시장(슈퍼)+인간(맨)'이라는 의미의 '슈퍼맨', 인간시장을 사랑하는 동호회라는 뜻의 '인사동', 인간시장을 사랑해 불야성을 이루는 백성들을 줄인 '인사불성' 등이 동호회 애칭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채택된 네티즌에게는 촬영장 방문 기회를 상품으로 제공.
'발리러버'(SBS 발리에서 생긴 일) '애호 대장금'(MBC 대장금), '사말정인'(MBC 사랑한다 말해줘) '꽃아름'(KBS 꽃보다 아름다워) '햇빛천사'(SBS 햇빛 쏟아지다) '천생연인'(MBC 천생연분)…. 지금까지 드라마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에 모인 팬들이 자체적으로 동호회의 애칭을 붙인 경우는 많았지만 아예 방송사가 나선 것은 '인간시장'이 처음이다. 그만큼 드라마 동호회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이야기다. 맹렬 동호회원이 있느냐 없느냐는 이제 드라마의 존폐까지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하는 동호회원의 활동은 바로 시청률로 이어진다. 드라마에 대한 꼼꼼한 모니터는 물론이려니와 충성도가 높은 일부 회원들은 패러디 사진, 패러디 노래 등을 끊임 없이 생산해 화제를 만들어 낸다. 덕분에 방송사로서는 '공짜 홍보'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일례로 7일 종영한 '발리에서 생긴 일'의 동호회원들은 '울고 있는 나의 모습∼ 질투하는 나의 모습, 수정의 맘 얻고 싶어서, 코트를 사줘봐도…'라는 가수 비의 노래 '태양을 피하는 방법'을 패러디한 노래 '수정을 피하는 방법'으로 '발리…'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
대장금' 역시 팬들이 '월간 궁녀' '궁녀 센스' 등 패러디 잡지를 정기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잡지에는 '장금이는 어릴 때 헤어진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 '상선 영감도 못말리는 카리스마 감찰 내시는 누구' '이병훈 감독 제 54회 배불린 영화제 감독상 수상' 등의 재치 넘치는 패러디 기사를 담아 '대장금' 보는 재미를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시청률이 다소 저조한 드라마 역시 동호회를 후원, '마니아 드라마'임을 내세우는 홍보를 벌였다. 2일 종영한 '왕의 여자'(SBS)는 게시판에 활발하게 글을 올리는 팬을 뽑아 촬영장을 구경시키는 등의 이벤트로 시청률을 유지하는 효과를 봤다.
동호회의 역할이 커지자 새 드라마를 시작하는 방송사는 미리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팬 모으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동호회원을 위한 각종 이벤트를 내걸어 '충성도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천국의 계단'(SBS)은 지난달 종영 후 동호회원 10명을 초청해 드라마에 등장한 영화 버스에서 영화를 보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으며 '발리에서 생긴 일'도 드라마 내용을 담은 '발리일보'를 제작해 보내는 네티즌 중 한 명을 뽑아 극 중 조인성이 들고 나왔던 명품 가방을 선물하고, 또 명장면을 편집해 보내는 발리러버 중 한 쌍을 뽑아 인도네시아 발리로 여행을 보내 준다. SBSi 김민선 과장은 "회원들의 자발적인 활동으로 화제를 만들고 저절로 홍보가 되는 만큼 동호회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며 "초반에 팬들을 끌어들이느냐 마느냐가 드라마의 인기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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