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더해가는 의대 열풍 속에서 과감히 '의사의 길'을 포기한 두 소신파 젊은이가 눈길을 끌고 있다. 각각 아주대 의대와 서울대 의대를 다니다 올해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와 미학과에 진학한 황준상(25) 이홍복(26)씨가 화제의 주인공.황씨는 의사와 약사인 부모의 영향으로 대학 진학 때 별다른 생각 없이 전공을 선택했지만 평생 환자와 씨름해야 하는 의사라는 직업에 적성이 맞는지 계속 고민해왔다. 졸업을 1년 앞둔 지난해 황씨는 위기에 빠진 우리 농업을 살릴 수 있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평소 소신을 실천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아주대 의대를 휴학한 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 결국 농경제학의 길에 입문할 수 있었다.
황씨는 "미쳤다며 만류하던 의대 친구들보다 더 행복하게 살 자신이 있다"며 "걱정하시던 부모님도 제 뜻을 이해해주고 든든한 후원자로 바뀌어 앞으로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될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그는 국제 기구에서 한국 농업의 발전을 위해 일하거나 농업정책 분야에서 전문성을 살리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서울대 의예과에 98학번으로 입학한 뒤 학생운동을 하느라 휴학과 복학을 반복했던 이씨는 예과 4학년인 지난해 학교에 전과 원서를 제출했다. 학생운동과 연극반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대중문화 분야의 공연기획자가 되겠다는 생각이 그의 뇌리에 박히게 됐기 때문이다. 전과가 받아들여져 올해 미학과 3학년이 된 이씨는 아직도 부모가 마음에 걸린다. 그는 "지난 주 눈 피해가 걱정돼 고향집에 전화를 했을 때 자신의 뜻을 거스른 철부지 막내아들을 나무라기는커녕 소소한 자취생활에 신경을 써주시던 부모님의 목소리가 계속 귓가를 맴돈다"며 "그러나 앞으로 부모님께 당당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더욱 열심히 학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결심을 밝혔다.
이씨와 황씨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하얀 가운'의 위엄보다 훨씬 소중한 것 아니냐"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부풀려진 것이 많기 때문에 좀 더 길게 내다봤으면 한다"며 의대지망 후배들이 선택에 좀 더 신중해지기를 권유했다.
/황재락기자 find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