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됐던 영국인 안무가 매튜 본(44)의 '백조의 호수'는 객석을 뒤집어놨다. 가냘프고 우아한 여성 무용수들의 백조를 근육질 남성들로 바꿔버린 이 기발하고 멋진 작품에 관객들은 홀딱 반했고, 그 뒤 인터넷에 그의 팬클럽이 우후죽순 생겨날 만큼 열광했다.지난해의 열기에 고무된 LG아트센터는 올해 그의 또다른 작품 '호두까기 인형'을 초청, 5월 8∼30일 선보인다. 지난해에는 오지 않았던 그가 이번엔 직접 자신의 무용단 '뉴 어드벤처스'를 끌고 올 예정이다.
이 작품으로 일본 순회 공연 중인 그가 잠시 한국에 들러 10일 기자들과 만났다. 너무나 유명한 고전발레 원작을 이제껏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혁신적이고 과감한 방식으로 새롭게 창조한 이 천재는 은근히 장난스런 눈빛과 입을 다문 채 씽긋 웃는 보기 좋은 미소를 띠고 질문에 또박또박 답했다. 매우 자연스럽고 친근한 모습으로.
"순회공연을 해보면 나라마다 관객 반응이 다른데, 지금 돌고 있는 일본 관객은 너무 조용해서 처음엔 어리둥절했지요. 무척 좋았다고 나중에야 말하더군요. 반면 한국 관객들은 무척 솔직하고 적극적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어떤 반응을 만날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5월에 선보일 '호두까기 인형'은 2002년 크리스마스 시즌의 런던 초연 이후 이듬해 5월까지 계속 공연되며 매진 행진을 거듭한 화제작. 고전발레 원작의 부잣집 딸 클라라를 불쌍한 고아 소녀로 바꿔 재해석했다. 남들을 놀라게 하는 그만의 독특한 상상력과 에너지는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영화와 연극, 뮤지컬 등 다른 장르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춤은 스물 두 살에 시작했죠. 그 전에는 배워본 적도 없고. 열여덟 살 때 맨 처음 본 무용 공연이 '백조의 호수'였으니까요. 대여섯 살 때부터 뮤지컬을 아주 좋아했어요. 영화도 무척 좋아해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팬이죠."
런던의 현대무용 컨서버토리인 라반 센터에서 춤을 배운 그는 1987년 무용단 '어드벤처스 인 모션 픽쳐스'를 만들어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신작을 내놓을 때마다 큰 화제가 되곤 하는 그인 만큼, 앞으로 내놓을 작품이 궁금하다.
"2005년 영국 초연을 목표로 팀 버튼 감독의 영화 '가위손'을 무대작품으로 만들고 있고, 낭만발레 '라실피드'를 재해석한 1994년작 '하이랜드 플링'도 리바이벌 작업 중입니다. 디즈니 사와 카메론 매킨토시 사의 공동 기획으로 올해 연말 영국에서 초연할 뮤지컬 '메리 포핀스'의 공동연출, 안무도 맡고 있습니다."
팀 버튼의 '가위손'을 춤으로 만든다니, 정말 기대되는 작업이다. 팀 버튼 특유의 기괴하고 동화 같은 분위기가 매튜 본의 특급 상상력을 만나면 어떤 작품이 태어날까.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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