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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檢, 버티면 봐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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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檢, 버티면 봐주나

입력
2004.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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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주변 속설 중에 '1도(逃) 2부(否) 3빽 4변(辯)'이라는 말이 있다. 검찰이 부르면 일단 도망이 상책이요, 붙잡히면 혐의를 부인하고, 그래도 안되면 '빽'을 동원하며, 마지막에는 변호사를 찾으라는, 일종의 피의자 행동지침 같은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일단 도망가라'는 지침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검찰이 8일 불법 대선자금 관련 정치인의 직접 조사를 총선후로 미루고, 기업인은 처벌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덕분에 사전영장 집행과 소환에 불응했던 한화갑, 이인제 의원은 아무 부담없이 총선을 치를 수 있게 됐다. 검찰 수사에 순응해 이미 구속된 다른 정치인들만 억울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검찰은 총선전 정치인 소환이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했지만, 그 자체가 정치적 판단이라는 시민단체의 비판이 더 일리 있다. 해외도피 의혹을 받고 있는 한화 김승연 회장, 거듭된 소환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롯데 신격호 회장, 신동빈 부회장 등이 어떻게 처리될지 두고 봐야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의심이 든다.

검찰은 기업이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돈을 준 점과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해 기업인 처벌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논리가 벌써 몇 차례 되풀이되는지 모르겠다. 전두환·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때도 기업인들은 비슷한 이유로 대부분 가벼운 처벌을 받거나 풀려났다. 그럼에도 기업은 검찰 수사만 시작되면 고장난 전축처럼 똑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한다.

이번에도 주요 그룹 총수들은 '사전에 몰랐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을 모양이다. 하지만 수백억원을 주면서 대주주와 사전협의가 없었다면 누가 믿겠는가. 버티는 게 상책이라는 정치인과 기업인들의 '신앙'을 검찰이 이번에는 깨주길 바란다.

김상철 사회1부 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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