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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탄핵, 그 불안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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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탄핵, 그 불안한 실험

입력
2004.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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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의 헌법적 실험이 시도됐다.열린우리당에 대한 대통령의 지지 발언이 선거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야당이 공조하여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발의한 것이다. 야당과 여당 모두 탄핵 정국과 4월 총선의 함수관계를 읽기에 고심하더니 결국 탄핵 발의를 강행했다.

탄핵과 같은 극약처방이 정략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정략적 사고에 의하여 희생되는 것은 국민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중심제 정부 형태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국민에 의하여 직접 선출되고 임기 동안 존속한다. 서로 존속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점이 국회의원만이 국민에 의하여 선출되고, 국회와 행정부가 국회해산권과 정부불신임권을 갖고 상호 존속을 부인할 수 있는 의원내각제 정부 형태와 다르다. 대통령은 임기 동안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고, 다음 선거를 통해서 국민의 심판을 받을 뿐이다.

물론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을 준수할 의무가 있으며, 따라서 위법한 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경미한 범법 행위를 이유로 대통령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저해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헌법은 대통령에게 형사소추에 있어서 특권을 부여하고 있다. 즉 대통령은 내란과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가 아닌 한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 탄핵 제도는 이와 같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및 법적 책임을 묻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과의 관련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문제의 노 대통령 발언이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가의 여부는 우선 해당 발언의 위법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필요로 한다. 선거법에 따르면 공무원 및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나 기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이 조문에서 말하는 공무원에 해당하는가는 의문이다.

대통령은 선거를 관리하는 행정부의 최고책임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인으로서 정치적 공무원의 지위에 있다. 그러한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선호를 드러내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보아야 한다.

대통령의 발언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선관위의 결정이 나왔다고 해서 국회가 당연히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국회가 탄핵소추 의결을 하면, 탄핵심판은 최종적으로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결정된다. 그런데 선관위의 위법 여부 결정과는 달리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은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킨다.

이것이 어떠한 상황을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경험이 우리에게는 없다. 그만큼 국회는 이 문제를 결정함에 있어서 대통령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가능성을 자제하고 있는 헌법 정신을 존중했어야 마땅했다.

기자회견 중 행한 특정 정당에 대한 선호 발언이 과연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중도에 사직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 이 정도의 이유로 대통령이 퇴출되어야 한다면, 그리고 이러한 기준을 국회의원에게도 적용한다면 우리 국회는 진작에 해산되었을 것이다. 탄핵은 정략적인, 좀더 구체적으로는 총선용의 단선적 사고의 결과로서는 너무 불안한 실험이다.

탄핵은 법적 기준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제도이다. 그러나 탄핵은 공직에서 파면한다는 법적 효과가 있기 때문에 법률에 위반하는 행위에 큰 정치적·도덕적 비난이 동시에 따른다. 따라서 탄핵은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국민 일반에 권위를 가질 수 없게 된 경우에 최후에 사용할 수 있는 국회의 권한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물론 국회는 대통령과 행정부를 통제하고 대통령의 독단적인 정국 운영을 견제하여야 한다. 그러나 사실 입법기 마지막에 있는 국회가, 새로운 국회 구성을 위한 선거법 개정조차 헌재가 정한 시한 내 못한 국회가 탄핵이라는 불안한 실험을 할 때가 아니고, 상황이 아니다.

전 광 석 연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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