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만큼 선거 개입 시비에 심하게 시달린 대통령도 드물다. 선관위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의 선거중립 의무 규정 위반을 결정했을 정도로 노 대통령은 가만 있지를 않았다. 선관위 결정 이후 노 대통령의 태도는 많이 누그러진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여권의 총선 올인 방침이 여전한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과연 얼마나 깊숙이 이번 선거에 개입하느냐는 이번 총선의 또 다른 포인트임에 분명하다.노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도 정치인인데 어디에 나가서 누구를 지지하든지 발언하든지 왜 시비를 거느냐"고 항변했다. 선관위가 노 대통령이 선거중립 의무 규정을 위반했다고 결정하기 직전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였다.
지금까지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지원은 이처럼 말 중심으로 이뤄졌다. "국민이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노사모 회원들이 다시 나서 달라"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는 것은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꼴이다"등등. 공무원의 선거 중립, 국회의원·지방의원을 제외한 정무직 공무원의 선거운동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는 선거법 위반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발언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선관위의 결정이 나온 이상 노 대통령도 앞으로는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8일 "선관위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을 뿐 이를 무시한다거나 정치적 행위를 계속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말한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노 대통령이 말을 줄인다고 해서 여당 지원 행위를 완전히 접는다고 보기도 힘들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대통령이 여당의 선거 승리를 바라며 간접적으로 뛰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우선 입당이란 정치 행위를 통해 국민에게 열린우리당 지지를 호소하는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이달 하순 입당 카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특검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는 시점인 데다 총선 돌입 직전이기 때문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또 시장, 공장 등 전국의 민생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여당을 간접적으로 돕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 지난 대선 때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재미를 봤듯이 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공약을 제시하는 것도 여당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친 여당 편들기는 역풍을 낳을 수 있으므로 대통령의 선거 개입은 어느 정도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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