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다시 침대로 돌아가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광고를 접할까. 식탁위의 신문, 화장실의 잡지, 거실의 TV, 자동차 안에서의 라디오, 신호등 저 너머의 옥외 광고판, 광고판을 부착한 달리는 택시와 버스, 심지어 가로수 사이에 걸려있는 현수막까지.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매체가 우리에게 광고를 쏟아내고 있다.사실 우리가 접하는 매체의 상당한 부분을 광고가 차지하고 있다. 어쩌면 도배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때문에 어떤 광고들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선택하게끔 소비자에게 최면을 거는 정도를 넘어서 제발 골라 달라고 애걸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쉽지는 않은 법. 그래서 요즘은 제품의 구매를 직접적으로 요구하지 않는 광고 같지 않은 광고가 오히려 더 눈에 들어온다.
예를 들어 기업 PR광고의 경우에도 과거에는 세계로 뻗어나가는 기업의 위상을 보여주거나, 해당 기업이 다루고 있는 특정 분야를 설명하는 것이 대부분 기업 PR광고의 소재를 이뤘다.
그러나 요즘 기업들의 PR광고는 'KTF의 HAVE A GOOD TIME' 캠페인이나 'SK Telecom의 대한민국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캠페인처럼 기업의 비즈니스와 관계없이 공익성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최근 교보생명이 새롭게 시작한 기업 PR 캠페인 '마음에 시 하나 노래 하나' 광고도 바로 그런 광고 중의 하나다. 일단 '시와 노래'라는 다분히 감성적인 소재 자체가 기업 PR 광고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 그리고 광고 어디에도 교보생명의 상품인 보험 판매를 권유하거나 기업 가치를 홍보하는 메시지나 멘트를 찾아 볼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 최민식이 상심에 젖어있는 친구를 위해 머쓱한 표정으로 김수철의 '젊은 그대'를 불러주는 이 광고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이 자기도 모르게 따뜻해짐을 느낄 것이다. 광고 화면에 잠깐 스치듯 지나가는 '마음의 힘이 되는 친구의 노래처럼, 교보생명'이란 카피처럼 진실된 친구의 우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보험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고난과 역경을 미리 준비하는 상품이다. 따라서 삶에서 예기치 않았던 상황이 벌어질 때 보험은 비로소 오래된 친구처럼 진가를 발휘한다. 결국 교보생명의 기업 PR 광고는 자신의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광고 같이 않은 광고'라는 제작 기법도 수많은 광고가 쏟아지는 '광고 폭발 시대'를 맞은 광고의 생존법이기도 하다.
권 미 경 광고대행사 웰콤 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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