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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의 계절 영덕이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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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의 계절 영덕이 부른다

입력
2004.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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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마중으로 바빠야 할 3월이 때아니게 눈 벼락을 맞았다. 이럴 때는 눈보다 입이 즐거운 여행을 떠난다. 대게로 유명한 경북 영덕이 목적지이다. 매년 11월1일부터 대게잡이가 시작되지만 정작 대게를 제대로 맛보려면 3,4월이 가장 좋다. 속살이 꽉 차 박달나무처럼 단단하다고 해서 붙여진 박달대게를 먹을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이때이다. 11월 대게는 알이 차지 않았다. 같은 값을 줘도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이다. 4월 중순이 지나면 대게의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같은 양을 먹어도 가격이 비싸진다. 3월이야말로 싼 값에 속이 꽉 찬 대게를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시기이다.경북 영덕군 강구항은 국내 최대 규모의 대게 집산지다. 1950년대 이 곳에 게 통조림공장이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됐다. 지금도 전국에서 잡히는 대게(연간 650톤)의 절반 이상이 이 곳에서 유통된다. 경북 울진에서 대게가 더 많이 잡히지만 상당수가 강구항을 통해 출하된다. '대게=영덕대게'로 고유명사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드라마 대장금에서 한상궁이 경북 울진 대게를 언급하면서 원조논란이 일고 있으나 영덕의 선점효과를 뒤엎기는 역부족이다.

강구항의 새벽은 강인한 남성들의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오전 5시, 동이 트기도 전에 대게잡이배 50여척의 불빛이 항구의 새벽을 밝힌다. 육지에서 20∼25㎞ 해상에서 대게를 낚아 올리는 작업이 시작된다. 보통 이틀 전에 그물을 쳐놓은 것이다. 그물을 끌어올리면 그물틈에 대게가 걸려서 따라 올라온다.

하지만 모든 대게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몸통길이가 9㎝이하인 치수게는 바다에 놓아 줘야 한다. 암컷은 크기에 상관없이 잡을 수 없다. 어종보호를 위해 철저히 지켜야 한다. 6월부터 10월말까지는 금어기간으로 정해 출항을 철저히 통제한다.

이렇게 잡은 대게가 오후 늦게 항구에 부려지면 즉석에서 경매가 시작된다. 대부분 인근 음식점에서 구입한다. 강구항앞에만 160개가 넘은 대게전문점이 있다. 일반인들은 이 곳에서 대게를 맛볼 수 있다. 몸통길이가 9∼10㎝ 가량인 게 한마리의 무게는 250∼300g으로 가격은 7,000∼1만원 정도. 1인당 3만∼4만원 정도면 푸짐한 식사가 보장된다.

강구항에 간다고 무조건 영덕대게를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게 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러시아나 북한에서 수입한 대게도 많다. 영덕대게에 비해 맛은 떨어지지만 절반 가격에 먹을 수 있다.

강구항에서만 대게를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강구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20㎞ 가량 달리면 차유마을과 만난다. 대게원조마을로 알려진 지역이다. 마을 앞에 있는 죽도(竹島) 인근에서 잡은 게의 다리 새김새가 대나무와 닮았다고 해서 대게라고 붙여졌다고 한다. 강구항에 비해 교통편이 좋지 않고 덜 알려진 탓에 보다 저렴한 값에 맛볼 수 있다. 차유마을에서 조금 더 북상, 축산항, 대진항에서도 대게를 먹을 수 있다.

영덕까지 어려운 걸음을 했다면 제대로 된 대게를 고르는 안목쯤은 미리 익혀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선 몸에 비해 다리가 긴 것을 택한다. 먹을 것이 많기 때문이다. 들어봐서 다리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이 싱싱하다. 또 다리가 붉은 빛을 띠고, 게 뚜껑에 검은 딱지가 많이 붙은 것이 영양가가 높다. 같은 크기라면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속이 알차다는 뜻이다.

수산업경영인 영덕군연합회 이상로 사무국장은 "대게는 단백질 함량이 많고 리신, 로이신, 메티오닌 등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해 맛이 담백하고 소화가 잘 된다"며"특히 게 껍질속에 포함된 키토산성분은 유방암 등 각종 질병치료에 탁월해 건강식으로도 최고"라고 말했다.

/영덕=글·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중앙고속도로가 열려 영덕가는 길이 훨씬 수월해졌다. 서안동IC에서 나와 34번 국도를 따라 동해안으로 끝까지 가면 7번 국도와 만난다. 여기서 남쪽으로 20분 가량 내려오면 강구항이다. 4시간30분 소요.

동서울터미널에서 매일 오전 8시, 오전 11시, 오후 3시40분, 오후 4시40분 등 4차례 운행한다. 4시간 30분. 열차를 이용하면 서울역에서 포항까지 온 뒤 시외버스를 이용, 영덕까지 와야 한다.

먹을 거리 0순위는 당연히 대게. 대게를 취급하는 곳이 워낙 많다 보니 강구항 내에서도 가격차이가 난다. 이중 주인이 직접 대게잡이를 하는 곳을 찾으면 다른 곳보다 20% 가량 싸게 먹을 수 있다. 청궁대게(054-733-5686), 김가네대게(733-6889), 청산대게(733-3926) 등. 집에서 편하게 대게를 맛볼 수도 있다. 아이스박스에 약간의 얼음을 담아 대게를 택배로 부쳐주는 곳도 많다. 2∼3일은 살아있기 때문에 집에서도 싱싱한 대게를 먹을 수 있다. www.cgdaege.com, www.taege.co.kr, www.daeke.com 등을 통해 주문하면 된다.

숙박시설은 어설프다. 호텔급은 동해비치관광호텔(054-733-6611), 동해해상호텔(733-2222)이 전부. 그랜드비치모텔(054-733-6030), 글로리모텔(733-4880), 삼사파크모텔(733-3001) 등 모텔이 10여곳 있다.

강구항 일대에는 민박집이 많다. 일부 대게전문점에서도 민박을 겸한다. 청궁대게, 용궁민박(054-733-3938), 산호민박(733-4796), 미혜민박(732-4949), 해송대게민박(732-9922) 등.

●"전통 장터 구경도 잊지마세요"

영덕 여행의 또 다른 포인트는 장터다. 영덕은 바닷가인 탓에 해산물은 풍부했지만 농산물은 귀했다. 자연스레 물물교환을 위한 장터가 발달했다. 지금도 교통편이 그다지 좋지않아 큰 규모의 시장보다는 규모가 작은 전통장이 활발하다. 영덕, 강구, 영해, 장사 등 4곳에서 5일 간격으로 열리니 장을 볼 수 있는 확률은 80%이다.

영덕장은 7번 국도 영덕대교에서 북서쪽에 있다. 어패류를 비롯한 각종 해산물이 많이 거래된다. 바닷모래에서 재배하는 방풍, 작약 등 약초는 임금에게 바치는 진상품으로 유명했다. 살아있는 것은 아니지만 3만원이면 대게 10마리 이상 살 수 있다. 4월이면 인근 오십천을 따라 피는 복사꽃의 향기에 취한다. 4, 9일장.

강구장은 강구항 입구 7번 국도와 인접해있어 수산물과 영덕대게의 판매가 활발하다. 한때 대게가 주종을 이뤘지만, 강구항 앞으로 대게전문점들이 밀집하면서 지금은 농산물, 과일, 채소류가 주로 거래된다. 항구에서 갓 잡은 싱싱한 해산물을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3, 8일장.

영해장은 7번 국도와 918번 지방도가 만나는 영해 버스터미널 뒷골목에 형성돼있다. 영해, 축산일대 해안에서 나는 대게, 멸치, 미역 생선 등 수산물을 안동, 영양, 청송에 공급하던 주요 길목이었다. 또 창수, 병곡지역에서 나는 무공해 농산물의 집산지이기도 하다. 영덕장과 함께 번성중인 5일장이다. 5, 10일장.

장사장은 물맑기로 이름난 장사해수욕장과 인접해 있어 관광과쇼핑을 겸할 수 있다. 바다를 구경 온 관광객들이 잠시 들러 싱싱한 해산물을 구입하고 있다. 2, 7일장.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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