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함평군 대동면 금산리에 있는 감산마을에는 많은 얘기가 전해 내려온다. 우선 조선시대에 어떤 감사가 이 마을에서 흔쾌히 쉬어갔다 하여'상쾌할 감(甘)'이 들어간 감산(甘山)이란 명칭을 얻었다고 한다. 이후 1940년대 함평군 북쪽 30리에 큰 인물이 배출될 감산혈(坎山穴)이 있다는 풍수설에 근원하여 마을명을 감산(坎山)으로 바꾸어 썼다. 또 마을 뒷산의 형국이 말이 목말라 물을 마시는 형국이어서 갈음산(渴飮山)이라 부르는데, 이 갈음산의 변음을 따 "감산(坎山)"이라 했다고도 한다.감산마을숲은 서해안 고속도로 함평 나들목에서 대동면 방면으로 1km 정도 가다보면 나오는데, 약 200m 길이에 폭 12 m로 마을을 감싸고 있다. 마을숲의 앞쪽에 하천이 흐르며 뒤쪽에 논, 밭, 집이 있다. 마을에서 숲을 바라보면 왼쪽 끝에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으며, 느티나무, 소나무, 팽나무가 띠 모양으로 식재되어 있다. 마을 입구에는 지름 120cm의 느티나무 두 그루가 큰 그늘을 만든다. 오른 쪽 끝의 느티나무 두 그루에 해마다 음력 정월 보름이면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현재 감산마을숲에서 자라는 수종은 느티나무, 팽나무, 소나무, 상수리나무, 참느릅나무, 은행나무, 왕버들나무, 용버들나무, 아까시나무, 모과나무 등 10종. 이중 우점수종은 느티나무와 상수리나무이다. 현재 일부 나무가 고사하여 숲이 마을을 완전히 감싸고 있지는 않으나 30∼40년 전에는 마을을 감싸고 가리기에 충분하였을 것이다.
만약, 마을숲이 없으면 남동향으로 향한 이 마을에 일조량이 많아서 여름철에 앞뜰에서 불어오는 남동풍이 뜨거웠을 것이고, 겨울철에 세찬 바람도 몰아쳤을 것이다. 최근 마을숲이 점점 쇠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을에서 어린 측백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를 심어 후계림으로 조성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감산마을숲의 특징 중 하나는 마을의 왼쪽 끝부분에서 들어온 물길이 마을숲 사이로 흐르며 오른쪽으로 빠져나가는 형국이라는 것. 이러한 물길의 조성은 목마른 말이 항상 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한 마을 뒷산의 형국과 관련이 높을 것이다. 남동으로 향한 마을에서 일조량은 충분하지만 바람이 강할 경우, 작물의 생산성에 중요한 수분이 부족할 수 도 있기에 마을 뒷산을 말로 형상화하고 말이 항상 물을 먹을 수 있도록 물을 가까이 하였을 지도 모른다. 또한, 여름에 남동풍은 마을숲과 하천을 통과하면서 시원한 바람으로 마을 주민에게 다가갔으리라.
우리나라의 대다수 국민은 숲이 부족한 녹지에서 각박하게 살아가고 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성인 중 종종 자녀에게 이야기하는 어린 시절의 추억 중, 메뚜기와 개구리를 잡거나 마을 앞 개천에서 멱을 감았다는 이야기는 이제 젊은 세대에게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자녀들에게 가까운 마을숲에 가서 자녀들과 손을 잡고 거닐어 보는 것이야말로, 어렸을 적 아련히 숨겨 둔 마음 속 시골의 기억을 이끌어 내어 자녀들에게 우리의 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며, 각박한 생활에서 메마르지 않은 삶을 만들고 이를 자식에게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문화체험과 환경교육의 기회로 남을 것이다.
박 찬 열 국립산림과학원 박사 chandra@foa.g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