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이래 국내 증시를 이끌어온 정보기술(IT)주의 상승세는 계속될 것인가. 최근 기술주 중심인 미국 나스닥지수의 약세와 국내 종합주가지수 900선 돌파 이후 IT 주가 수준에 대한 부담감이 맞물리며 IT주의 주가 향방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증시 전문가 상당수는 외국인 매수세가 상반기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대표적 외국인 선호주인 IT주의 상승세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세계 경기회복세에 기댄 IT주 등 '성장주'의 주도 국면은 끝났다"며 "증시 조정을 염두에 둔 경기방어적 성격의 '가치주'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IT주 비중 줄이고 건설주 늘려라"
교보증권 임송학 리서치센터장은 9일 "세계적인 경기회복 모멘텀이 꺾였다"며 "외국인이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보다 중소형 실적 호전주와 하반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겨냥한 건설주에 관심을 가지라"고 권했다.
임 센터장은 "지난해 이후 글로벌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미국 증시 상승세의 두 가지 핵심 요소는 초저금리와 감세 등 정책에 힘입은 경기회복세와 글로벌 유동성 모멘텀"이라며 "이 중 정책견인 효과가 마무리되고 고용시장 부진과 과잉설비 부담감까지 부상하면서 1분기중 경기회복 모멘텀이 꺾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임 센터장은 최근 미국 증시의 S&P500 상승분 대비 나스닥지수 상승분의 비율을 산정해 나스닥지수의 상대적 상승강도를 표시한 그래프를 제시했다. 그는 "글로벌 증시를 이끌어 온 IT 기업의 이익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를 고비로 둔화하는 양상"이라며 "중국의 경기조절 움직임에 따른 수출 모멘텀 둔화 및 외국인의 매수세 약화 등도 IT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또 다른 변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증권사 김영준 연구위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실적과 주가가 모두 1분기 중 고점을 형성한 뒤 둔화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하는 등 변화하는 IT주에 대한 시각을 반영했다.
"그래도 당분간은 IT주 밖엔 없다"
9일 외국인 매수세도 IT주 대신 대구·한미은행 등 은행주나 기아차 예당 현대오토넷 등 실적호전 기대주 등으로 분산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하지만 "아직은 IT가 증시의 주도주"라는 것이 전문가 대부분의 시각이다.
골드만삭스 수석투자전략가인 애비 조셉 코엔은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처럼 급등하지는 않겠지만 주가는 올해도 계속 오를 것"이라며 글로벌 증시 상승 모멘텀 상실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코엔은 이어 "기술주의 주가도 과거 만큼은 아니지만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주가 고점 논란에 대해서도 현대증권 김장렬 연구위원은 "1분기 실적이 고점일 수는 있지만 2∼3분기에도 실적 변동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올 1∼2월 동안 휴대폰 매출과 D램 가격 상승이 예상 보다 호전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주가 상승세의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에 앞서 LG투자증권 박윤수 리서치센터장은 "900선 돌파 이후에도 수출 호조세와 외국인의 매수세가 증시를 좌우한다고 볼 때 본격적 내수회복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IT주 중심의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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