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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盧탄핵안 발의/ 헌정 초유 사생결단 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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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盧탄핵안 발의/ 헌정 초유 사생결단 정국

입력
2004.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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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9일 전격적으로 민주당의 탄핵 발의에 동조, 현직 대통령의 진퇴를 놓고 여야가 대치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했다.이날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탄핵소추안이 표결을 통해 가결되면 헌법재판소 판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노무현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되는 헌정중단 상황이 벌어진다. 이 경우 국정 전반에 미칠 충격파는 예측이 불가능할 만큼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거꾸로 탄핵안이 부결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강력한 여론의 후 폭풍을 맞아 붕괴상태에 직면할 것이다. 이런 여야의 사생결단식 극한대결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양 극단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리 높지 않다. 탄핵안 표결 자체가 열린 우리당의 실력저지로 시한인 12일을 넘겨버릴 공산이 크다는 전망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탄핵안은 여야간에 승패가 갈리는 일이 없이 자동폐기 돼 버린다. 실제로 무기명 비밀투표로 실시되는 표결에서는 반대 의원들이 투표소 입구를 가로막고, 투표함을 깔고 앉으면 투표진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가까운 예로 2002년 한나라당은 당시 병풍(兵風)수사의 편파성을 이유로 김정길 법무장관 해임건의안을 표결하려 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이 몸으로 막고 나서자 싱겁게 물러섰다.

따라서 이날 야당의 탄핵 발의는 처음부터 이런 상황까지 계산에 넣은 '공갈 포'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국민 불안을 아랑곳하지 않는 무책임한 오기 정치", "궁지에 몰린 야당의 지지세 결집용 정치 쇼"라는 비판을 도저히 면할 수 없는 행태인 것이다.

표결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경우 탄핵안 가결여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가결을 위해서는 재적의원(270명) 3분의 2인 18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한나라당(144명)과 민주당(62명) 의원 수를 합치면 206명으로 가결 요건을 훌쩍 뛰어넘지만, 이중 10명이 구속 중이어서 실제 투표참여 가능인원은 196명이다. 구속 의원을 포함해 이날 탄핵안에 서명하지 않은 의원이 48명이고, 한나라당에는 서명을 했더라도 공천에서 탈락돼 당에 불만을 품은 의원도 일부 있어 탄핵안이 부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반면 "탄핵안에 서명을 하지 않은 의원들도 당의 몰락을 원치는 않으므로 막상 표결에 들어가면 대부분 찬성 표를 던져 가결될 것"이라는 주장도 그럴 듯하다. 이처럼 서로가 표결 결과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은 여당의 표결저지와 야당의 포기라는 묵시적 타협을 가져올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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