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鐵)을 사수하라."고철 품귀현상으로 철강·철근 도둑이 기승을 부리자 건설업체는 물론 공무원들까지 나서 '철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 업체들은 경비인원을 대폭 늘리고, 철근 야적장에 무인 경비장치와 CCTV까지 설치했으며 공무원들도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이달 중순 착공 예정인 서울 여의도 서울교 확장공사 현장. 자재과장 김모(46)씨는 현장 한쪽 울타리에 보관된 철근더미를 '신주단지 모시듯' 지키고 있다.
이곳에 보관된 철근은 9가지 규격 200톤 분량. 한달 새 톤당 가격이 8만원이나 올라 시가 1억원이 넘는다. 김 과장은 "요즘 공사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철근 도난을 예방하는 일"이라며 "2월 중순 철근 주위에 별도로 무인경비시스템까지 설치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아 1명씩 돌아가며 불침번을 서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서울 잠실 주공 2단지에서는 최근 봉고차를 동원, '차떼기'로 알루미늄 창틀을 훔쳐가는 도둑이 기승을 부려 철거용역업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1월 한달 동안 10여차례 도둑을 맞은 철거업체 D사는 당초 12명이던 경비인원을 배로 늘리고, 야간에도 17명이 순찰을 돌고 있다.
공무원들도 철을 지키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최근 전남 순천과 대구 달서공단 등에서 교통표지판 맨홀뚜껑 도로 빗물받이 등의 도난 사고가 잇따르자 지방자치단체들은 유사 범죄를 막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서울 종로구는 공무원별로 노선을 지정해 도로 순찰을 하게 했고, 강남구는 환경미화원 70여명이 도로를 1㎞씩 나누어 맡는 '빗물받이 책임관리제'를 실시하고 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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