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 없는 겉치레 단속으로 일반 학원과 수강생만 된서리를 맞았습니다."서울시교육청이 강남 학원가를 대상으로 100일 넘게 '불법 과외와의 전쟁'을 벌였으나 고액과외는 거의 적발하지 못한 채 10일 막을 내린다. 학부모와 학원들은 정부의 용두사미식 단속에 대해 코웃음을 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1월24일부터 강남 불법과외 특별단속본부를 구성, 강남·서초지역 학원 170개소를 대상으로 포상금까지 내걸고 집중단속을 벌였으나 수강료 100만원 이상의 불법 고액과외 적발 건수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발 사례 대부분은 당초 중점 단속사항과는 거리가 먼 수강료 초과징수, 장부 미비치, 강사채용 미통보, 과외교습 미신고, 학원명칭 변경 등 경미한 사안이었다.
단속본부 관계자는 "수사권이 없는 상태에서 신빙성 있는 제보가 거의 없어 가정방문 형식으로 이뤄지는 개인 고액과외 적발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수능이 끝난 시점에서 뒤늦게 소나기성 단속에 나선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심야단속을 피해 새벽반을 다니고 분당쪽 학원으로 자녀를 실어 나르느라 학생과 학부모만 한바탕 곤욕을 치러야 했다. 처음부터 특별단속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던 학원 관계자들은 "고액과외 적발 실패는 예상했던 일이고 단속의 효과도 전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강남구 대치동 H영어교실의 황모(42) 원장은 "교육감이 전쟁을 선포한 단속 초기에는 단속반원이 심야에도 바쁘게 돌아다니더니 요즘은 월 수강료 6만∼8만원짜리 학원들만 대낮에 휘젓고 다닌다"고 꼬집었다. G보습학원 김모 원장도 "고액과외 알선 학원을 잡겠다고 찾아와 장부를 뒤적이거나 컴퓨터 본체를 압수해가는 것이 단속의 전부였다"고 비웃었다.
P수학학원 김모(40) 부원장은 "단속기간 중에도 고액과외 알선 브로커들의 활동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며 "단속이 끝물에 접어드니 수서, 송파 등 강남 외곽지역으로 나갔던 고액과외 선생들이 다시 속속 강남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단속의 주목적이 세금추징으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치동 D학원의 박모(36) 원장은 "고액과외와는 무관하게 매출이 많은 학원들은 모조리 1억원 이상 세금을 추가 납부한 것으로 안다"며 "불법과외 적발은 외면한 채 정상 운영 중인 일반 학원만 죽인 꼴"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11일부터 공무원과 경찰 등 수천명을 동원해 효과도 없는 제2단계 단속에 돌입한다는 계획이지만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교육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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