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과 USA 투데이, 워싱턴 포스트와 ABC 방송이 8일 각각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11월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겨룰 후보로 존 케리 상원의원을 사실상 선정한 민주당원을 고무시키기에 충분하다.부시와 케리의 대결을 가정한 CNN 등의 설문에서 투표장에 나갈 것 같은 유권자들은 52% 대 44%로 케리를 부시보다 선호했다. 2000년 대선에서 민주당 표를 잠식, 앨 고어 후보 패배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랠프 네이더가 무소속 후보로 합류할 경우를 가정한 질문에서도 케리 50%, 부시 44%, 네이더 2% 순의 응답이 나왔다. 등록된 유권자를 상대로 한 워싱턴포스트 등의 가상 대결 조사에서도 부시는 44%의 지지를 받아 48%의 지지율을 보인 케리에 4%포인트 뒤졌다.
2일 '슈퍼 화요일'경선 등 민주당 잔치의 여흥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임을 고려하더라도 케리 후보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 결과이다. 더구나 CNN 조사에서 응답자의 3분의 2가 안보 이슈보다는 경제 문제를 더 중요한 변수로 꼽아 전쟁 지도자로서의 이미지 부각에 주력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을 긴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대선을 10개월 앞두고 나온 여론조사 결과로 다음 백악관 주인을 점치기는 이르다.
무엇보다 해당 주의 일반 유권자 투표에서 승자가 그 주의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제도 하에서 1,000명 선의 전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는 각 주 별 판세를 읽어내지 못한다. 바로 직전 대선에서 고어 후보는 일반 유권자 투표에서 이기고도 선거인단 수 부족으로 패배했었다.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이 50 대 50대으로 갈린 정국 하에서 지난 선거에서 5%포인트 미만 차이로 승부가 갈렸던 16개의 '유동적인 주'가 이번에도 승부처가 될 것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이들 주에서 자당 지지자를 얼마나 많이 투표장으로 끌어내느냐가 승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높은 투표율을 보여온 공화당원들이 민주당의 반 부시 정서에 자극받아 투표장에 더 몰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게다가 10∼15%에 이르는 무소속 성향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도 속단하기 어렵다. 민주당 경선 과정의 케리 돌풍은 케리의 카리스마적 매력이나 정책상 참신함의 결과라기보다는 반(反) 부시 세력 결집의 반영이었다. 부시 진영의 파헤치기 공세로 케리의 약점이 들춰질 경우 비 민주당 성향의 유권자들이 케리에게 지지를 보낼지는 미지수이다.
여기에 빈 라덴 체포 시기, 경기 회복과 일자리 창출 여부, 이라크 상황 등 'X 변수'가 많아 부시와 케리의 11월 승부는 아직 안개 속에 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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