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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8군 출장소 첫 여성소장 이경자 경위/"사소한 일도 외교문제 비화소지 사건 하나하나마다 온신경 쏟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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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8군 출장소 첫 여성소장 이경자 경위/"사소한 일도 외교문제 비화소지 사건 하나하나마다 온신경 쏟죠"

입력
2004.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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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찰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자리여서 어깨가 무겁습니다."지난달 14일 서울 용산경찰서 소속 미8군 출장소장에 임명된 이경자(42) 경위는 '최초'라는 단어를 몰고 다닌다. 이 소장은 경찰 사상 처음 여경으로서 일선 경찰서 부(副)청문감사관을 지냈고 지난 1월에는 동기 여경 120명 중에서 가장 먼저 승진시험을 통과해 경감 승진을 앞두고 있다. 미8군 출장소장직도 여성으로는 처음이다. 하지만 이 소장은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으로서 처음이란 꼬리표나 성별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며 "그저 경찰의 일원으로서 주어진 업무을 열심히 할 뿐"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1950년 유엔의 요구로 용산 미군부대의 한복판에 설치된 미8군 출장소는 영내는 물론 부대 밖에서 발생하는 한미주둔군지휘협정(SOFA)과 관련된 미군과 한국인 범죄에 대한 수사를 지원한다. 민간인과의 폭력사건이 빈발해 미군당국이 자체적으로 출입 금지령을 내린 홍익대 주변 지역 순찰을 돌기도 하고 관내에 무단 침입하는 내국인들을 단속하기도 한다. 가령 미군이 연루된 사건이 접수되면 이 소장은 미군 헌병대와 함께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해 해당 사건을 관할 경찰서로 이첩하거나 미군과의 공조 수사에 필요한 기본적인 초동수사를 벌인다.

접수되는 사건 중에는 교통사고가 가장 많지만 최근 높아진 반미 여론 탓에 아무리 사소한 사건이라도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이 소장은 "사건·사고 하나하나가 모두 외교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있는 만큼 부담이 많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립적인 위치에서 사안을 엄중 처리하는 입장이지만 이 소장은 적어도 내국인이 불공정한 처분은 받지 않도록 애를 쓰고 있다. 미군법과 국내법에 대한 법 감정과 해석이 다른 탓에 종종 내국인이 난처한 상황에 처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이 소장은 미군 측에 우리나라의 풍속과 관습 등을 설명하면서 미군을 이해시키고 있다.

경북 경주 출신으로 1986년 계명대 영문과를 나와 여경 공채(135기)를 통해 경찰 생활을 시작한 이 소장은 외사업무만 14년간 해온 외사통이다. 서울경찰청 외사과에서 12년 근무했고 그 이후 2년 동안은 김포공항 외사과에서 일했다. 그 덕에 현지인과 거리낌없이 소통할 정도로 영어에 자신감이 붙었다.

이 소장은 "영어구사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막상 출장소로 발령을 받게 되니 긴장이 많이 됐다"며 "문화와 정서가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경찰 업무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아 배우는 자세로 일을 풀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첫 여경 소장인데다 특유의 친화력을 앞세워 상대를 대하자 벌써부터 출장소 부하직원(5명)들이나 미 헌병들에게 이 소장은 인기 만점이다. 'Commander(지휘관) Ms. Lee, Beautiful!'이라며 추켜세우는 미군도 있다고 한다.

각각 고교 2학년과 중학교 2학년인 두 아들의 어머니이기도 한 이 소장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 목표한 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점에서 지금의 업무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제 중 하나"라고 당차게 말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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