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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회창씨가 나설 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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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회창씨가 나설 수 있는 이유

입력
2004.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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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어제 불법 대선자금에 대해 세 번째 회견을 했다. 그러나 이씨는 이 회견이 반성과 사과를 위한 것이 아님을 스스로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검찰의 수사가 편파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화살을 날렸다. 불법자금 중 미국 여행경비 3억원을 사용(私用)한 혐의까지 드러난 마당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우선 이씨가 이런 주장을 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것이 첫 느낌이다. 이씨는 여전히 수사의 대상이자 부족한 진실을 밝혀야 할 제일의 책임자다. 그런데도 회견 내용에는 마냥 뭉갤 수는 없는 한 가지 논리가 담겨 있다. 그는 "검찰이 노 대통령과의 형평을 고려하여 나에 대한 사법처리를 연기하는 것이라면, 이는 검찰이 정치적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을 질타하며 수사의 정치성을 환기시키는 것인데, 비단 이씨의 말이 아니라도 일리를 갖는 대목이다.

이씨의 이 지적은 검찰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금까지 노 대통령과 이 전 총재가 불법자금 조성에 관여한 물증은 잡지 못했다"고 밝힌 대목을 노리고 있다. 이씨는 "대선자금 문제는 내가 지휘한 일이며, 총체적 책임은 나한테 있다"고 수사를 자청했다. 증거가 없다는 검찰에 공개적인 자백을 한 셈인데, 이에 대해 검찰은 어떤 형태로든 대답을 내 놔야 할 처지다. 사실 어떤 수사든 자백을 일부러 배제하는 수사는 누가 봐도 어색한 것이다.

검찰이 왜 이렇게 비상식적인 처신을 했는가를 이해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 원칙과 명분 대신에 정치적 판단을 앞세운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치적으로 이미 죽어 있어야 할 이씨가 다시 나설 수 있는 이유를 검찰이 제공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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