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로 사망 5주기를 맞은 스탠리 큐브릭(1928∼99년) 감독의 작품 중 지금까지 국내에서 DVD로 나올 수 없었던 금단의 작품 3편이 DVD 출시를 서두르고 있어 관심을 끈다. 문제의 작품은 '시계태엽장치 속의 오렌지' '샤이닝' '아이즈 와이드 셧'. 시계태엽장치 속의 오렌지와 샤이닝은 높은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충격적인 장면과 노출 때문에 국내 상륙이 불허됐고 아이즈 와이드 셧은 노출 장면을 가린 채 극장 개봉했으나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의 무삭제 원칙에 묶여 DVD로는 빛을 보지 못했다.판권을 보유한 워너브라더스코리아는 3편의 DVD를 올해 안에 출시하기로 하고 조만간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에 무삭제로 심의를 신청할 계획이다. 관계자는 "시계태엽장치속의 오렌지의 경우 국내 불법복제업체에서 버젓이 영등위에 등급분류를 신청한 것을 최근 발견하고 영등위에 이를 통보, 신청을 취하시켰다"며 "작품 3편 모두 미국 본사에서 한글 자막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제작에 여러 달이 걸리겠지만 심의만 통과하면 올해 안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계태엽장치 속의 오렌지(A Clockwork Orange, 71년) 가까운 미래의 영국. 청년 알렉스(말콤 맥도웰)는 밤이면 친구들과 몰려 다니며 노인을 때리고 가정에 침입해 남편이 보는 앞에서 부인을 강간하는 등 광기어린 폭력을 즐긴다.
동료의 배신으로 붙잡힌 그는 감옥에서 체제순응적인 인간을 만들기 위한 정부의 실험 재료로 차출된다. 정부의 실험이란 알렉스의 폭력과 다름없는 잔혹한 고문. 결국 폭력성을 모두 잃고 겁에 질린 채 풀려난 알렉스는 지금까지 자신이 괴롭혔던 사람들에게 거꾸로 괴롭힘을 당하다 자살을 택한다.
우울한 문명 비판 보고서인 이 작품은 본래 의도보다 알렉스의 못된 행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상 때문에 영국에서는 제작 이후 20년 동안 상영 금지됐으며 미국에서도 포르노나 다름없는 X등급을 받았다. 그렇지만 냉철한 비판정신과 탁월한 영상 만큼은 세계 영화인들 사이에 높은 평가를 받는 걸작이다.
샤이닝(The Shining, 80) & 아이즈 와이드 셧(Eyes Wide Shut, 99년) 공포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의 원작을 영화로 만든 샤이닝은 폭설로 고립된 산 속 호텔에서 악령에 사로잡힌 가장이 가족을 몰이사냥하는 공포물이다. 잭 니컬슨의 '킬러 스마일' 연기가 돋보인 작품. 국내에서는 일부 나체 장면 때문에 극장 상영 및 DVD를 출시하지 못했다.
큐브릭 감독의 유작이 된 아이즈 와이드 셧은 톰 크루즈와 니컬 키드먼 부부가 함께 출연한 섹스 드라마다. 아내의 솔직한 성 고백으로 충격을 받은 주인공이 거리를 방황하며 겪게 되는 성에 대한 딜레마를 실타래처럼 풀어냈다. 국내에서는 톰 크루즈 부부의 완전 노출이 문제가 돼 뒤늦게 부분 모자이크 처리해 극장 상영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 큐브릭감독은 누구
큐브릭 감독은 테크놀로지의 마술사로 불린다. 아름다운 영상을 위해 갖가지 실험적인 촬영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배리 린든'(75년)에서는 특수렌즈를 개발해 촛불 조명만으로 영화를 찍었으며 '시계태엽장치 속의 오렌지'에서는 건물 꼭대기에서 카메라 렌즈를 바닥으로 향한 채 집어던지는 촬영을 시도했다.
또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68년)에서는 세계 최초로 스테디캠과 매트페인팅 기법, 미니어처를 사용했다. 이처럼 실험정신이 빚어낸 뛰어난 영상 덕분에 조지 루카스, 스티븐 스필버그 등 후대의 유명 감독들이 그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고 있다.
그의 작품 가운데 '스팔타커스'(60년), '로리타'(62년), '닥터 스트레인지러브'(64년),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배리 린든'(75년), '풀 메탈 자켓'(87년)이 국내에 DVD로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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