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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대통령" 허재 전격 은퇴 선언/"나를 키운 건 승부욕 정상에서 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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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대통령" 허재 전격 은퇴 선언/"나를 키운 건 승부욕 정상에서 지고 싶다"

입력
2004.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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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영원한 농구인으로 남겠습니다."'농구천재' '농구대통령' '농구 9단' 등 선수로서 온갖 찬사를 다 누렸던 허재(39·TG삼보)가 8일 서울 논현동 한국농구연맹(KBL)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30년 선수생활의 종결을 선언했다.

"갑작스레 은퇴 소식을 전해 죄송하다"는 말로 회견을 시작한 허재는 "1∼2년 정도 더 뛰고 싶었는데 체력도 떨어지고 후배 양성도 하고싶은 마음에 결정한 일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30년 동안 늘 최고의 자리에 있었던 그의 은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기도 했다. 국내선수로는 최초의 테크니션이라할 정도로 남이 모방할 수 없는 개인기를 갖춘 그는 음주운전 등 종종 사고(?)를 쳤지만 여전히 강한 카리스마로 후배들과 팬들을 휘어 잡았기 때문이었다.

1980∼90년대 '오빠부대'를 끌고 다녔던 그는 중앙대와 기아의 전성시대를 꽃 피웠고 농구대잔치 MVP를 3차례나 휩쓸었다. 97년 프로농구 출범과 함께 기아를 플레이오프 정상으로 이끌었고 지난 해에는 삼보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은퇴의 변은 의외로 담담했다. 그는 "얼떨떨해서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챔피언전은 뛰고 정식 은퇴식을 가질 생각이다. 화려한 선수생활을 한만큼 지도자 수업을 열심히 받아서 멋지게 코트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은퇴시기를 앞당기게 됐는데.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이야기가 있었다. 우승했을 때 화려하게 은퇴하고 싶었다. 플레이오프엔 뛰는 시간을 더 늘려 꼭 통합챔피언을 하고 멋있게 은퇴식을 할 생각이다."

―앞으로 계획은.

"선수로선 최고였다고 자부하지만 지도자로선 부족한 점이 많아 미국에서 2년 정도 열심히 공부한 뒤 멋지게 코트로 돌아올 생각이다. 거창하지만 '허재농구재단' 같은 걸 만들어서 중고교 선수를 후원하고 싶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과 아쉬운 점은.

"농구대잔치 원년 우승이다. 또 삼보로 이적하면서 꼭 한번 우승하고 떠나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켜서 뜻 깊다. 15년 대표생활 하면서 중국을 한번도 이기지 못한 게 제일 아쉽다."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나.

"감독 연령층이 많이 낮아졌다. 카리스마를 내세우기보다 선수들이 이해하고 따라올 수 있는 너그러운 감독이 되고 싶다."

―30년 코트에서 지켜온 가치관이 있다면.

"나를 키운 건 꼭 이겨야 한다는 승부에 대한 강한 집착, 승부욕이다."

한편 허재는 프로농구 통산 8시즌 동안 4,524점, 1,148리바운드, 1,572어시스트, 508스틸의 기록을 남겼다. 올시즌엔 체력저하로 경기당 평균 11분26초를 뛰면서 2.3점, 2.4어시스트, 1.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그러나 삼보의 정규리그 우승 뒤에는 플레잉코치를 겸한 그의 보이지 않는 카리스마가 작용했다.

'천재'는 떠났어도 그의 기량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라는 게 한 농구인의 아쉬운 촌평이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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