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 수사에서 최대 미스터리는 삼성이 정치권에 제공한 채권의 성격과 행방이다.삼성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 300억원, 노무현 후보 캠프측에 15억원의 채권을 제공했다. 한나라당은 300억원 중 쓰지 않고 보관중이던 138억원을 대선자금 수사가 본격화한 지난해 11월초 삼성에 반환했다.
채권 수령과 반환은 모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측근인 서정우 변호사가 했다. 서 변호사가 대선이 끝나고 1년 가까이 지난 시점까지 138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보관한 배경이 무엇인지, 만약 검찰 수사가 없었다면 그 돈을 어디에 쓰려 했는지 관심이 모아진다.
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공식 루트는 김영일 사무총장이었다. 그러나 서 변호사가 개인적으로 유용한 10억원과 삼성에 반환한 138억을 합하면 삼성에서 받은 채권의 절반 가량을 대선 이외의 용도를 위해 보관했다는 결론이다. 채권반환 경위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한나라당이 서 변호사를 통해 반환한 것인지, 애당초 서 변호사가 당에 전달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것을 반환한 것인지 불확실하다.
만일 후자라면 서 변호사는 채권을 받을 때부터 대선이 아닌 별도 용처를 염두에 뒀다는 이야기가 된다.
삼성은 2002년 6월 50억원, 11월초 50억원, 11월 중순과 하순에 각 100억원씩의 채권을 한나라당에 전달했다. 처음 50억원은 시점상 대선자금이라고 보기 어려워 자금의 실제 명목에 관심이 쏠린다.
당시는 선거운동본부가 구성조차 안된 시점인 만큼 당 공식루트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측근을 통해 '보험금'을 제공, 이 전 총재의 눈도장을 받을 목적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같은해 8월 노무현 후보의 측근 안희정씨에게 채권 15억원을 제공한 것도 비슷한 동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138억원의 보관 및 반환 과정에 이 전 총재가 관여했을 가능성에 대해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서 변호사가 '당 전달용'과는 별개로 선거 이후 이 전 총재 개인용도용으로 구분·보관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전 총재가 대선에서 승리했다면 통치자금으로 사용됐겠지만 선거에 패해 생활비 등으로 제공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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