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개월 동안 정치판과 나라를 온통 뒤흔든 검찰의 불법대선자금 수사가 일단 마무리됐다. 고질적 정경유착을 뿌리뽑겠다는 검찰의 다짐과 국민의 높은 기대가 상승작용을 일으킨 불법대선자금 수사는 그 자체로 깨끗한 정치를 향한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검찰이 여야를 가림 없이 철저하게 엄정한 수사를 했는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았다. 또 진정한 정치개혁은 검찰이 아니라 정치권과 사회가 이뤄가야 할 과제라는 점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검찰은 8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총선 정국에서 정쟁을 촉발하거나 수사 의도를 오해받을 것을 우려해 수사를 일시 보류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한나라당에 비해 노무현 후보의 불법자금 수수에 대한 수사가 미진하다는 지적에 대한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기업 총수 사법처리를 유보, 경제에 미칠 파장을 줄이려는 배려도 엿보인다.
이날 발표로 두드러진 것은 노무현 후보 쪽이 불법수수한 대선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 수준을 웃돈다는 사실이다. 검찰은 자금성격을 분류하기 어려워 양쪽의 불법자금을 집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 후보의 측근 안희정씨가 삼성에서 30억원을 받은 사실이 막바지에 새로 드러나면서, 양쪽의 불법자금은 각각 800억원과 100억원대에 이른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이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가 당장 주목된다. 이 문제는 총선의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돼, 검찰 수사의 의미까지 흐릴 수 있다.
검찰이 노 후보 쪽에 돈을 준 사실을 숨기는 기업들을 상대로 불법자금을 얼마나 더 밝혀낼지도 지켜 볼일이다. 총선 결과에 따라서는 검찰이 다시 정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음을 미리 헤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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