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국에서 벌어진 총성 없는 자동차 전쟁." 2일(현지시각) 전세계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14일까지 계속되는 제74회 제네바 모터쇼에 대해 현지 언론은 '전쟁'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제네바 팔렉스포 전시상에서 열리고 있는 제네바모터쇼(사진)는 스위스가 자동차 비생산국이라는 점 때문에 가장 공정한 모터쇼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그런데 최근 유럽 자동차 업계 동향은 피아트나 폴크스바겐 같은 대형 메이커들이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는 가운데 유독 일본과 한국 메이커들이 약진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메이커들 간의 경쟁과 견제가 심한 모터쇼가 됐다는 평가다. 30여개국 270여개 업체가 900여대의 자동차를 전시하고 있는 이번 모터쇼에서 전문가들의 관심을 모은 4개의 '월드 프리미어'(최초 공개차량)를 소개한다.여성이 개발한 여성전용차 "볼보 YCC"
전시장에서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곳은 단연 볼보가 첫 선을 보인 컨셉트카 YCC(Your Concept Car·사진) 주변이다.
YCC는 여성을 위한 차를 모토로 개발팀 대부분을 여성으로 구성해 모토쇼 이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우선 여성이 자동차 보닛을 여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 착안해 보닛을 여닫는 후드를 없애 앞모습을 깔끔하게 만들었다. 또 세탁을 위한 시트 탈착을 쉽게 하고 다양한 색상과 문양의 시트를 마련해 차내공간 청결과 꾸미기에 관심이 많은 여성의 요구를 충족시켰다. 이밖에 머리를 땋아 올린 여성을 위해 머리받침에 공간을 마련한다거나 주유 때 기름냄새가 새나오지 못하도록 주유구를 밸브로 처리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전자오락 세대용 스포츠카 "도요타 MTRC"
영화 메트릭스를 연상시키는 검은 가죽옷 차림의 금발모델을 옆에 세워 더욱 눈길을 끈 도요타의 컨셉트카 MTRC(Motor Triathlon Race Car·사진)는 이번 쇼에서 가장 도전적 모델로 평가를 받았다. 프랑스 니스에 있는 도요타 디자인스튜디오가 개발했다.
포뮬러 원 경주차의 외관에 연료전지·4륜구동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도요타 측은 MTRC가 2인승 스포츠카로 시내주행은 물론 레이싱과 오프로드 주파가 동시에 가능한 '철인 3종 경기'형 자동차로 2022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전시장에서는 소니와 공동개발한 전자오락을 통해 20년 후에 등장할 이 미래의 차를 미리 체험할 수 있게 해 큰 인기를 끌었다.
스포츠카와 세단의 만남 "벤츠 CLS"
메르세데스-벤츠 CLS(사진)는 E클래스를 베이스로 개발된 세계 최초 4도어 쿠페다. 다분히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 BMW 6시리즈를 겨냥해 개발된 모델로 벤츠가 자랑하는 7단 자동변속기 '7G트로닉'을 장착, 역동적인 운동성능과 연비 절감을 동시에 실현했다. 제원표에 따르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 시간이 7.0초이며, 연료 1리터로 9.9㎞를 주행한다.
세단의 편안한 승차감과 넉넉한 승차공간, 쿠페의 스포티함과 운전성능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모델로 올 가을부터 시판될 예정이다. 이에 맞서 BMW는 6시리즈 컨버터블 모델을 공개해 시장선점의 지위를 탄탄히 다졌다.
한국차의 대 유럽 선전포고 "현대 E³"
현대자동차는 독일 뤼셀하임에 설립한 유럽연구소에서 개발한 컨셉트카 이큐브드(E³·사진)를 공개했다. 미국 연구소에서 디자인한 싼타페로 미국을 공략한 것과 같이 유럽 진출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모델이다. 4인승 5도어 해치백 형태의 중형급 모델로 천장을 편광유리로 만들어 실내에 은은한 자연채광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후방으로 이동이 가능한 콘솔에는 액정표시장치(LCD) 스크린이 장착돼 조작의 편의성을 높였다. 또 최첨단 2.2리터 커먼레일 디젤엔진을 장착, 최고의 출력과 엄격한 배기가스 기준을 동시에 충족시켰다.
/제네바=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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