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제2금융권 인수전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2금융권 구조조정에 가속이 붙고 있다. 은행 간 합병을 통한 규모 확대 경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이제는 2금융권 인수를 통한 다양성 확대의 2라운드 경쟁이 펼쳐지는 양상이다.현재 매물로 나와있는 2금융기관은 한투증권 대투증권 LG투자증권 대우증권(증권) LG투신운용(투신) LG카드(카드) 한일생명(생보사) 등 줄잡아 10여곳에 달한다. 특히 은행 뿐 아니라 증권사들이 대형화 모색에 나서고 칼라일 등 해외 투자자들이 매물에 입질을 시작하면서 2금융권 인수전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접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2금융권 인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우리금융지주다. 새로운 수장으로 들어선 황영기 회장 후보가 은행 편중의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성공적인 민영화라는 중책을 완수할 수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황 회장 후보는 전날 2금융권 인수·합병(M&A) 방침을 피력한데 이어 8일 기자 간담회에서 "현재 증권 보험 투신 등 매물이 많은 상황"이라며 "성장 전략에 맞는 기업을 찾는 것과 재원 마련 등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대주주인 정부가 양해를 해 준다면 유상증자를 희망하고 있으며 자회사 출자 한도를 늘려줄 것을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재원 확보에 적극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국민은행도 한투증권, 대투증권 등 전환증권사와 한일생명 등 생명보험사 인수전 참가를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 특히 이를 위해 국민-주택은행 합병 당시 합병추진위원회 간사를 맡았던 최범수 전 부행장을 '투자신탁증권 인수 사무국장'에 복귀시키고, 윤인섭 전 그린화재 사장을 '한일생명 인수사무국 사무국장'으로 영입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에 이어 LG카드 등 카드사 인수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와 관련,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최근 "LG카드가 씨티에 인수되면 엄청난 파괴력을 갖게 될 것"이라며 "국내 은행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항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 지주회사 전환을 준비중인 하나은행 역시 상대적으로 취약한 증권, 카드 부분의 M&A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다, 동원금융지주 미래에셋 삼성 한화 등 증권사와 UBS 칼라일 등 해외 투자자들도 증권 및 투신사 매물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유례 없는 접전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금융권 매물에 은행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면서 2금융권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특히 6월까지 동시 매각을 추진 중인 한투 대투 LG투자증권은 조만간 투자 제안서를 발송할 예정이어서 이제부터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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